‘충성파’ 중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인선에서 부적격 논란에 휩싸여온 인물은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만이 아니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성폭행 의혹,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성적 학대 소송으로 비판받고 있어 추가 사퇴자가 나올지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맷 게이츠 미국 전 하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낙마한 게이츠 전 의원에 이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충성파 중의 충성파’로 꼽혀온 게이츠 전 의원이 21일(현지시간)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전격 사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이다. 그는 2017년 한 파티에서 당시 17세인 미성년 여성을 상대로 성매수를 했다는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고, 이로 인해 지명 직후부터 적절한 인선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최근 하원 윤리위에 출석한 여성 2명이 성매매를 인정하고 다른 17세 여성과의 성관계를 목격했다고 비공개로 증언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직격탄이 된 것이다.
게이츠 전 의원뿐 아니라 차기 국방부를 이끌 헤그세스 후보자 역시 성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는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행사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후 이를 비공개로 하는 조건으로 해당 여성에게 거액의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공개한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헤그세스 후보자는 이 여성의 휴대폰을 빼앗고 그녀가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막아선 후 폭행했다. 다만 현재 헤그세스 후보자는 변호인을 통해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이자 2기 행정부의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맥마흔 후보자는 성학대 혐의로 전직 링보이들로부터 지난달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그는 남편인 빈스 맥마흔과 함께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운영할 당시 10대 링보이들이 WWE 고위급 직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전 대선 후보는 전문성 없는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의 공중보건정책을 책임지게 될 경우 대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직면해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백신 사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거나, 인공화학물질이 어린이를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로 만든다거나, 자신의 뇌 일부가 기생충에게 먹혔다는 등 의학적 근거가 없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여기에 과거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의 집에서 성추행당했다는 베이비시터의 고발도 재차 수면 위로 떠 오른 상태다.
장관은 아니지만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털시 개버드 전 의원 역시 친러시아적 발언 등으로 국가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책임을 묻는 등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여왔다. 또한 하원의원 시절인 2017년 1월 시리아를 방문해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2차례 만나는가 하면 알아사드 대통령이 미국의 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된 게이츠 전 의원의 사퇴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다른 지명자들의 원활한 인준을 위해 가장 논란이 된 카드를 포기하는 일종의 '전략적 양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을 두고 충성파 중의 충성파를 택하며 고심해온 점을 고려할 때 타격도 분명하다. 헤그세스 후보자를 비롯해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그세스 후보자와 관련해 "(인수팀이) 허를 찔린 또 다른 사례로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추가 낙마 가능성을 주목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일부 논란 인사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내년 1월 야당이 되는 민주당 역시 새 행정부 출범과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어 추가 사퇴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