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석이 된 차기 법무부 장관 자리에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새롭게 지명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충성파인데다 플로리다주 출신, 폭스뉴스 출연 등 트럼프 2기 내각 인선 키워드를 관통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성 비위' 논란으로 낙마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진 사퇴를 사실상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전 법무장관인 팸 본디를 차기 법무장관으로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팸은 2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하며 폭력 범죄자를 엄단하고 플로리다 가족을 위한 안전한 거리를 만드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그는 "팸은 플로리다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으로서 치명적인 마약 밀매를 막고 미국 전역의 많은 가정을 파괴한 펜타닐 과다 복용의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팸은 똑똑하고 강인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훌륭한 일을 해낼 '미국 우선주의' 투사"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주 출신인 본디 전 장관은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탄핵 심리를 받을 때 그의 변호팀으로 활동한 '충성파'다. 2016년 대선에서도 공개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고, 오바마케어의 합헌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에 참여한 이력도 있다. 주 법무장관 재직 시절인 2018년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호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공동 진행자 및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친(親)트럼프 성향 싱크탱크 '미국 우선주의연구소'(AFPI) 소송센터 의장을 맡았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 패배할 경우 '부정선거' 소송에 대비한 역할로 분석돼왔다.
앞서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낙점됐던 게이츠 전 의원은 미성년자 성매수, 마약 남용 논란 끝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첫 낙마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CNN은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오늘 오전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 인준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직접 상원 의원들과 전화로 나눈 대화를 근거로 내부 여론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게이츠 전 의원 스스로 사퇴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게이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내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다른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본디 전 장관의 지명 발표 직후에도 X 게시글을 통해 "나와 본디 전 장관은 플로리다 법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긴밀히 협력했고, 본디 전 장관은 입증된 소송 전문가이자 영감을 주는 리더이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옹호자"라며 "그는 법무부에 필요한 개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게이츠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했다"며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게이츠 전 의원의 상원 인준에 먹구름이 끼자 지명 철회 대신 자진 사퇴를 종용해 후보자의 명예를 지켜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CNN은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최근 30년간 내각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해서 사퇴한 12번째 인사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앞서 빌 클린턴(1993∼2001년) 및 조지 W. 부시(2001∼2009년)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각 2명이 자진해서 사퇴했고,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전 대통령 때는 3명이 스스로 물러났다. 트럼프 1기 시절(2017∼2021년)에는 4명이 자진 낙마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자진해서 사퇴한 장관 후보자가 없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