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부유한 민주당 지지층이 투자 이민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대선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골든 비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든 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시민권을 주는 투자 이민을 말한다.
CNN에 따르면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대선이 실시된 주간에 자사 웹사이트를 통한 미국인의 골든 비자 문의가 전주보다 40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아턴캐피털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다음 날 평소보다 5배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며 "실제 이주하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플랜 B'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만일의 혼란에 대비해 투자 이민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헨리앤드파트너스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적 분열 심화로 인해 미국의 골든 비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CNN은 "당초 골든 비자는 정치와 경제 사정이 불안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인도, 필리핀 등 신흥국의 부유층이 주로 고려하던 선택지였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부유층이 아닌 서민들 사이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이주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미국을 떠나고 싶은 미국인을 위한 국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2주 만에 조회 수 50만회를 넘겼고,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미국 선거 결과 뒤 이민 가기'라는 제목의 글이 인기를 끌었다.
앞서 미국인들에게 "단 1유로(약 1400원)에 집을 제공하겠다"며 '이민 세일즈'에 나섰던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올롤라이시의 인기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구 감소 위기에 처한 올롤라이시는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이민자 유치에 나선 적이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 이민 홍보 사이트까지 개설하는 등 미국인 이민자를 불러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프란체스코 콜룸부 올롤라이시 시장은 "1유로에 주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한 뒤 미국인 수천 명이 이주 의사를 전했다"며 "다른 국적 사람들에게도 이민의 문은 열려있지만 미국인들이 신청하면 '패스트 트랙'으로 먼저 처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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