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끝나고 1년 반 만에 조합을 청산했다. 주변에서는 만류했었다. 청산 이후 한 조합원의 고소로 지금은 개인 비용으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약을 몇 년째 먹고 있다.”(서초구 A아파트 청산위원장 B씨)
“결국 조합을 청산 못 하는 건 소송 때문이다. 5건 중 3건은 이겼지만 1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소송도 잦고 법원 판결은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 법인세·국세 제척기간도 5년이다. 청산하고 나면 그 비용, 결과는 누가 책임지나. 법부터 손봐야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조합장은 안 할 거다.”(C아파트 청산위원장 D씨)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리더스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아파트 단지 청산위원장(재건축조합장)들이 지난 19일 서초구청 대회의실에 모였다. 이들은 서초구 공무원, 구가 선임한 회계사, 변호사, 건축사, 정비업체 대표 등으로 이뤄진 ‘청산 맞춤형 전문가 지원단’과 마주 앉았다.
이 자리는 전국 최초로 ‘미청산 재건축조합 청산제도’를 만든 서초구가 재건축 때 조합장을 맡았던 청산인 대표의 얘기를 듣기 위해 마련했다. 구는 민원인들뿐 아니라 이들의 의견도 듣고 청산 조합 관리방안을 더욱 정교하게 시행할 방침이다.
서초구의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 사업장 96곳 중 미청산 재건축 조합은 13곳이다. 이날은 이 중 9곳에서 참석했다. 아파트 입주가 끝나 청산위원장을 맡은 조합장들은 저마다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건축 조합을 신속하게 청산할 수 없는 공통적인 이유로 이들이 제기한 건 소송 문제다.
박재근 서초우성1차(래미안리더스원) 청산위원장은 “지방세 관련 소송과 정비업체 등 소송이 있어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안기성 서초한양(반포래미안아이파크) 청산위원장도 “청산하고 나서 소송 걸리면 조합장이 다 뒤집어쓰는 구조”라며 “잘못된 법들을 고쳐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대위, 상가소유자, 시공사와의 다툼은 결국 돈 문제라며, 누더기가 된 재건축 관련 법률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손보고 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초구는 이달부터 ‘서초형 청산 신호등’을 만들어 아파트 준공 이후에도 청산하지 않은 법인에 대해 관심(자율관리)·주의(간접관리)·심각(직접관리) 단계로 구분하고 청산될 때까지 단계별로 관리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지난 6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자치구에 미청산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주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전국 최초 사례다.
특히 심각 단계의 조합에 대해서는 구에서 직접 개입해 조합이 정상화될 때까지 현장조사와 시정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청산 전문가지원단을 통해 신속한 조합 청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성수 구청장은 “이 자리는 민·관·전문가 등 3자가 머리 맞대고 지혜 모아 풀어가자는 출발”이라며 “조합 대표 청산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현행 법령과 절차의 미비점도 보완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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