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韓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불확실성 높고 하방 리스크 커"(종합)

IMF 올해 연례협의 결과 발표
3분기 실적 반영해 성장률 조정
내년 인플레이션 2% 근접 전망

점진적인 통화 정책 정상화 필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대응 요청
대외 기조는 "굉장히 양호" 평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2.5%에서 2.2%로, 내년은 2.2%에서 2.0%로 각각 내려 잡았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을 반영한 결과다. IMF는 한국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환율 변동성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훌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IMF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라훌 아난드 단장을 비롯해 IMF 협의단은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을 방문, 연례협의를 진행했다.

라훌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IMF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라훌 아난드 단장을 비롯해 IMF 협의단은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을 방문, 연례협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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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점진적인 통화 정책, 강력한 경제 정책 주문

IMF 한국미션단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IMF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연례협의는 IMF 협정문에 따라 매년 회원국의 거시 경제와 재정, 금융 등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다. 미션단은 연례협의를 위해 지난 7일 방한한 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부처뿐 아니라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민간 기업을 두루 만났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미션단장은 이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국내 수요 회복 약세로 일부 상쇄되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2.2%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수렴하고 아웃풋 갭이 축소됨에 따라 내년 실질 GDP는 2.0%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달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2.5%, 내년 2.2%로 내다봤지만 한 달여 만에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낮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3분기 GDP 실적을 반영하지 않았고, 이번에 반영되면서 수치가 낮아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나온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1%로 지난 8월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아난드 단장은 "인플레이션은 10월에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했고, 내년에는 목표 수준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은 한은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점진적인 통화 정책 정상화가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외환 시장 개입과 관련해서는 "무질서한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의 내년 예산안의 건전 재정 기조와 지출 우선순위 조정은 적절하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인 지출 압력에 대응할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건전 재정 기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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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드 단장은 "부동산 관련 금융 리스크 대응을 위한 선별적인 정책 노력에 대해 환영한다"며 "당국은 취약 요인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선제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통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함에 따라 필요시 추가적인 건전성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한국 경제의 중요 과제라고 진단했다. 아난드 단장은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대응과 자본 배분의 효율성 제고, 생산성 제고가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며 "지경학적 분절화, 기술 변화, 기후 변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서 개혁을 강화하는 것도 회복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려면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아난드 단장 평가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을 저해하는 경제적 제약 요인을 완화하고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늘리고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회복력 강화를 위해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책 우선순위에는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이 포함된다"고 짚었다. 한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요구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년 수출 확대로 세수 증가 전망…"재정 건전화 추진 있어 좋은 시점"

아난드 단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번 연례협의 결과와 관련해 추가로 설명했다. 그는 "한국 재정 기조와 관련해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고 선진국 대비 국가 부채 수준이 낮다고 본다"면서도 "장기 관점에서 봤을 때 고령화나 기후 변화와 같은 사안들 때문에 재정적으로 여러 필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각종 사회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아난드 단장은 "한국이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혁 패키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 과정에서 세입을 늘리려면 "부가세와 관련해 여러 가지 면제가 되는 부분을 재검토하거나 개인소득 관련 부분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세수가 부족한 상황과 관련해서는 "수출이 양호하기에 내년에 기업 실적이 반등을 보인다면 세수 강화로 전체적인 상황이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게 좋은 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하방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한국 주요 상대국의 경제 성장 둔화나 지정학 긴장 관계 고조, 중동 사태 등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하방 위험이 실현된다면 통화와 재정 정책을 통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재정과 관련해선 경기 대응적인 조처를 할 여력이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에 정박중인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쌓여 있다. 강진형 기자

부산항에 정박중인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쌓여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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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성 우려와 관련해서는 "거시 금융적인 한국의 도전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변동성으로 인해 금융 안정이나 물가 관련 리스크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게 아난드 단장의 평가다. 그는 "유연한 환율제가 충격과 관련해 흡수 여력을 제공하고 있다" "유연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외 기조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양호하다"고 부연했다.


내수 부진과 관련해선 "가계 구매력이 저하됐던 부분과 함께 공공 부문에 있어 부채가 부담됐다"는 평가를 했다. 또 "앞으로 통화 정책과 관련한 조정 부분들이 시장에 반영되고 물가가 점진적으로 낮아지며 실질 소득 증가로 내수가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가계 부채 관리와 주택 공급 확대, 기업 자본 재분배 등도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또 자본 시장 개혁과 관련해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기업들이 자본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여러 인센티브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가격 탐색 관련 부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점진적인 통화 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보다 높지만 장기적인 기대 수준은 안정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가계 부채와 관련한 여러 건전성 조치가 있었지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점진적인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잠재 성장률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난드 단장은 이를 위해 여러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생산성 격차를 좁힐 방법이나 상품 시장 개혁, 적극적인 인공지능(AI) 도입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출산율을 높여 노동력을 확대하는 개혁이 필요하고 본 그는 "가정을 꾸리고 육아하는 비용을 줄이도록 교육비나 주거비, 여성 출산으로 인한 기회비용 등을 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 기반을 확대하는 방법, 그로 인해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할 소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이번 연례협의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뒤 경영진 승인 후 IMF 이사회에 이를 상정할 계획이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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