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9일(현지시간) 장 초반 하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투심이 크게 위축됐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 대신 국채, 금 등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전 9시58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 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81% 하락한 4만3038.69를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46% 내린 5866.4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 밀린 1만8754.61에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새벽 미국에서 지원받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 6발을 러시아 서부 국경지대 브랸스크 군사 시설로 발사했으며 이 중 5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공격하는 것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핵 카드'를 꺼냈다.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를 쓸 수 있도록 핵사용 관련 규정(교리)을 개정했다. 사실상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조치다.
삭소 뱅크 프랑스의 안드레이 튜에니 트레이딩 수석은 "지금으로선 시장 반응이 억제되고 있다"며 "일부는 여전히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국채와 금 선물이 상승세다.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국채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보다 6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4%,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5bp 밀린 4.22%를 기록 중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로 쏠린다. 이번 주 증시 방향을 결정할 주요 촉매제는 오는 20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내놓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가 기대 이상의 실적과 실적 전망을 공개한다면 트럼프 랠리가 소강된 증시에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는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 수요 전망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기업 실적은 선방한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S&P500 기업의 93%가 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이들 중 4분의 3은 주당순이익(EPS)이 예상을 웃돌았고, 60%는 매출이 전망치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에서는 향후 증시 방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도널드 트럼프 2기의 친기업 정책 등으로 S&P500 지수가 내년 10% 상승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반면 RBC 캐피털 마켓은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이미 하락장이 시작됐고, S&P500 지수가 최대 10% 내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류 슬리몬 주식 자문팀 수석은 "시장은 강력한 경제, 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강력한 3분기 실적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며 "투자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하락장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목별로는 월마트가 3.19% 상승세다. 예상을 넘어선 실적과 향후 소비지출 전망 상향 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엔비디아는 1.49% 오르는 중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법무부의 크롬 강제 매각 추진에도 0.38% 오르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미 법원에 반독점법을 위반한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매각하도록 강제할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유가는 상승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36달러(0.52%) 오른 배럴당 69.53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0.37달러(0.5%) 상승한 배럴당 73.67달러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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