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유동성 위기설 휘청인 롯데

"과도한 우려" 증권사 보고서 잇달아

재계 6위 롯데그룹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설이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최근 롯데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정체불명의 '지라시'가 확산, 롯데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끌어내렸는데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이 잇따르자 하루만에 진정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그룹의 캐시카우인 케미칼의 경우 신사업에서 성과를 증명하고, 식품과 유통 사업은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의 돌파구를 찾는 숙제가 남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 의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은 4조1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790억원으로 25.9%나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216억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49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은 1871억원에 달한다.

롯데월드타워몰. 롯데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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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촉발한 롯데 위기설

본진인 식품사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고, 유통 부문도 영업손실 8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은 4136억원으로 전분기 -1112억원보다 적자가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5138억원으로 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66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해외 매출은 증가했지만, 국내 식자재 구조개선 작업으로 매출(1조785억원, -0.7%)이 소폭 뒷걸음쳤고 영업이익(760억원)은 카카오 가격 인상 여파로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5.7% 빠졌다. 롯데칠성은 해외 자회사를 편입하면서 매출액(1조650억원)은 28% 늘었지만, 수익성(787억)은 재료비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6.6% 감소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 코리아세븐은 저수익 점포를 구조조정하면서 매출(1조3898억원) 0.6% 줄었고, 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신성장 사업도 실적이 부진했다. 이노베이트의 경우 매출(2880억)은 2.3% 하락했으며 영업이익(83억원)은 48.5% 급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설비 점검에 따라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년동기대비 매출(467억) 47.9%나 빠졌다. 영업손실도 278억원에 달해 적자전환했다.


롯데GRS만 롯데리아 등 주요 브랜드의 성장세로 매출(2607억원)이 4.8% 늘고 영업이익(129억원)은 50.3%나 급증했다. 또 롯데자이언츠 매출(1745억원)은 야구 흥행 덕분에 두 자릿수(21.2%) 성장세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0억으로 1375.6%나 폭증했다.


롯데 차입금 증가…"유동성 우려는 과도"

롯데그룹은 최근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뒤 차입금이 39조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전날 증권가와 온라인 등에서는 롯데가 유동성 문제로 다음 달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언급된 계열사의 재무 상황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총차입금은 2021년 말 41조 1480억원에서 2022년 말 48조 8250억원, 지난해 말 50조8430억원, 올해 1분기 말 51조 8270억원이다. 39조원 규모의 그룹 차입금 문제로 다음 달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기간 총차입금이 10조원 넘게 증가하면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의 등급전망(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신용등급 조정을 예고했다.


다만 3분기 기준 롯데캐미컬의 경우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9조원이 넘으며, 이 기간 부채비율도 75.4%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롯데지주의 부채는 13조211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00억원가량 줄었다. 부채비율은 134.6%로 지난해 139.4%에서 소폭 감소했다. 통상 100% 이하를 안정으로 보는 부채비율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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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도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을 부인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경우 순차입금 비율이 2021년 -5.3%에서 올해 3분기 36.1% 상승했다"며 "일반적인 기업의 적정 순차입금 비율이 2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만 회사가 올해 3분기 말 기준 3조6000억원의 현금예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코스피 화학 업종과 코스피200 에너지·화학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 비율이 각각 62.0%와 105.2%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KB증권도 "2021년 이후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상승은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3조1000억원)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 등으로 2023~2024년 투자비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영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열사를 제외한 롯데케미칼 자체의 펀더멘탈(기초여건)을 고려하면 캐시플로우(현금흐름)는 우려보다 양호하다"며 "올해 롯데케미칼의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고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유동성 위기 걱정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8일 급락했던 롯데 그룹사 주가는 전날 소폭 반등했지만 이날 장초반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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