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고위직 인선을 발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이끌 재무부 장관 자리를 두고서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원점 재검토에 나선 트럼프 당선인은 당초 유력했던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하는 대신, 재무장관 자리에는 '새 후보'인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낙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워시 전 이사를 자신의 자택이자 인수팀이 꾸려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청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은 "워시가 며칠 내 트럼프와 면접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2세인 워시 전 이사는 모건스탠리 출신 금융전문가로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Fed 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혔던 인물이다.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이사직을 맡아 국내에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재무장관 자리를 노려온 베센트 CEO에게는 NEC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이에 베센트 CEO 측은 재무장관으로 누가 지명되는지 알기 전까지는 수락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트럼프가 이제 재무부에는 워시, NEC에는 베센트를 두는 조합(페어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시 전 이사와 베센트 CEO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호해온 월스트리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초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재무장관을 시작으로 경제팀 고위 인선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주 베센트 CEO 대신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를 공개 지지하고, 두 후보 측근 사이에서 비방이 오가면서 결국 이들 모두 지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재무장관 자리를 둘러싼 베센트와 러트닉 사이의 내분이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고, 결국 결정을 지연시켰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러한 내분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제3 후보를 찾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베센트 CEO는 여전히 재무장관 후보에도 이름을 남겨둔 상태다. 소식통은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CEO, 1기 행정부에 몸담았던 케빈 하셋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고려하는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직에 월스트리트의 부, 지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대통령직 승계 서열 5위인 재무장관은 28조달러 규모의 국채시장, 무역부터 은행까지 40여개의 경제제재 프로그램 등을 총괄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최대 20% 보편적 관세, 중국산 60% 고율 관세 등 무역전쟁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의 고문들은 재무장관 후보자들에게 관세 인상에 대한 확약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무장관 결정 이후 NEC 위원장, 상무부 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경제팀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워시 전 이사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에 적합하냐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다. 워시 전 이사는 2011년 후버연구소에 게재한 공동 논설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급증하는 경제적 보호주의의 흐름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거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한 그는 2006~2011년 Fed 이사직을 역임했다. Fed를 떠난 이후에는 공개적으로 Fed의 통화정책을 자주 비판해왔다. 최근에는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일관적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이 성급한 승리 선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손녀인 제인 로더 워시의 남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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