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흥'서 재도약, 삼성의 메시지가 강렬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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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삼성전자 반도체의 수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설비 반입식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가 직면한 위기의 실마리를 기흥에서부터 풀어 미래로까지 나아가겠단 결의다.


결의는 기흥에서 전해져 남다르다. 기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의 서막이 오른 곳이다. 시계를 41년 전으로 돌려, 1983년 2~3월께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헬기를 타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일대를 하늘에서 둘러보며 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반도체 공장은 이곳에 세우자." 당시 이 창업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며 ‘도쿄 선언’을 하고 반도체 공장을 세울 부지를 찾고 있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공장을 대체하고 회사 반도체 사업의 서막을 열 무대가 필요했다. 기흥은 경기도 수원, 용인 신갈저수지 부근, 서울 관악골프장 부근, 경기도 판교 일대와 함께 후보지 중 하나였다. 국내외 수질, 지질 전문가들을 데리고 후보지들을 살핀 이 창업회장은 기흥이 최적지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지명도 마음에 쏙 들었다. ‘기흥(器興)’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도자기가 흥하는 고장’이다. 기흥이란 이름은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4월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탄생했다. 조선은 백자가 유명했을 만큼 도자기가 간판 사업이었고 기흥은 교통의 요충지로 도자기를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일제는 이를 주목하고 기흥이라 이름을 붙였던 것으로 보인다. 도자기를 만들기만 하면 흥한다는 곳. 이 회장으로선 그런 기흥에 공장을 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이 창업회장이 가슴 속에 담았던 반도체에 대한 열의는 시간이 흘러 오늘날 전 부회장의 재도약 메시지로 이어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전 부회장 역시 그런 의미를 메시지에 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의 말은 하루 뒤가 이 창업회장의 37주기란 사실까지 더해져서 그 울림이 컸다. 삼성전자가 주가 반등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지 3일 후, 반도체 사업 50주년이 되는 다음 달 6일을 약 보름 앞두고 나와, 이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설비 반입식이 큰 주목을 받는 일은 거의 드물다. 이번이 특별했던 건 최근 삼성전자가 직면해 있는 반도체 사업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 시점은 절묘했고, 기흥이었기에 메시지의 의미는 배가될 수 있었다.


이젠 기흥에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 역사를 써야 할 때다. 최첨단 복합 R&D 단지 ‘New Research & Development-K(NRD-K)’에 전초기지 역할을 삼성은 기대한다. 2030년까지 20조원을 쏟아붓는다. 본격적인 가동은 내년 중순부터다.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분야를 막론하고 반도체 전역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까지 만든다. 이를 통해 삼성은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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