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대교 난간에 올라섰던 20대 남성이 경찰의 설득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
1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8시 50분경 "친구가 술을 많이 마시고 혼자 한강으로 간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남성 A씨의 휴대전화 위치 값을 추적해 수색한 끝에 반포대교 남단 45번 교각 위 좁은 철제 난간에서 그를 발견했다.
경찰은 즉시 소방 당국에 에어매트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고, 반포지구대 순찰2팀 소속 위기협상 전문요원 2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자살 기도자 대응에 특화된 인력으로, 신분을 정확하게 밝히며 A씨를 안심시킨 후 천천히 다가섰다.
두 요원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드셨냐" "어려운 일이 있다면 같이 얘기하고 고민해보자" 등의 말로 대화를 시도하며 A씨를 다독였다. 이어 "안전하게 모시러 왔다. 손을 살짝 잡겠다"며 A씨의 손을 잡고 어깨를 토닥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원들은 그의 손을 한 쪽씩 잡은 후 조심스레 반포대교 상단으로 이동, 투입 20분 만에 구조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혼자 있기 무서웠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며 "순찰차를 타고 지구대로 이동하는 동안 요원들에게 자신이 힘들어했던 부분들을 자세히 털어놨다"고 밝혔다. 현장에 투입됐던 요원은 "전문 교육 당시 배웠던 대화 기법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 사용할 수 있었다"며 "이번 구조사건을 계기로 자살 구조 업무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선 지역 경찰에 이 제도가 운영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9월부터 자살시도자에 특화된 '지역 경찰 위기협상요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경찰서가 아닌 지구대, 파출소 등 지역경찰 순찰팀에서 총 56명을 선발해 자살기도자 구조 현장에 투입해오고 있다. 경찰서 측은 "본서 위기협상 요원은 현장 도착 시간이 평균 20분가량 소요돼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고,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팀에서 출동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적었다"면서 "서초서 지역경찰의 현장 도착시간은 평균 3분대이고, 지역 경찰 본연의 업무인 자살구조와도 부합해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