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환하면서 인공지능(AI), 암호화폐, 그리고 우주과학 기술 발전을 국가의 핵심 과제이자 육성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인재 육성과 정부 지원에도 박차를 가할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킹메이커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산업기술의 효율적 발전을 위해 정부 효율부를 신설하고, 관련 정책을 총괄하며 규제를 완화하면서 과학기술 산업의 사업화와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을 명확히 했다.
지난 정부가 안전한 기술을 강조한 만큼 규제로 인해 기술의 성장 속도가 느렸던 반면 트럼프 정부는 AI 관련 행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AI 기업들의 자율성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고급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록 트럼프 정권이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왔지만 고급 인재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은 트럼프 이전에도 인재 유출이 심각했는데, 이번 정책 변화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과학과 비즈니스 분야의 고급 인재에게 부여하는 이민 비자는 인구 10만명당 발급 수치가 중국보다 이미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에서 AI 박사 과정들이 신설되어 고급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임금과 보상이 훨씬 높고 기회가 더 보장되는 미국으로의 유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보상 수준과 성과보다는 근속 연수를 중시하는 한국의 기업 문화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귀국하지 않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박사 졸업자들에게 단순히 일정 금액의 수당만 제공하며 성과를 보상하거나 장기적인 커리어 발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미국은 연구 환경, 보상 체계, 그리고 커리어 성장 가능성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 또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과 성과 중심주의 문화를 통해 글로벌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재외 인재 유치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박사 및 석사 졸업자들이 졸업 후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연구와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연공 중심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글로벌 기업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는 시장 논리에 맞춘 경쟁력 강화의 일환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과거의 연공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을 우선시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인재 유출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글로벌 인재들에게 경쟁력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이 인재를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국가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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