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혐오' 케네디, 트럼프 앞에선 햄버거 들고 기념사진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케네디
과거 패스트푸드는 '독극물' 비판
"인사권자 눈치 보며 신념 버려" 평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자신이 '독극물'에 비교했던 햄버거를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당선인의 전용기 '트럼프 포스 원' 안에 펼쳐진 식탁 풍경 사진을 게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측근들이 전용기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엑스

게재된 사진에는 트럼프 부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 케네디 주니어가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식탁 위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애 음식'으로 알려진 맥도날드의 빅맥과 치킨 너겟, 코카콜라 등이 놓여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사진 속 인물들 모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케네디 주니어만이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다며 패스트푸드 혐오론자인 그의 행보를 조명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최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식단을 거론하며 "유세 과정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몸에 안 좋은 것들이지만, 특히 비행기에 실린 음식들은 독극물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라는 구호를 들고 트럼프 당선인의 지원 유세에 나섰던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라 사랑'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본인 또한 식단 관리에 철두철미한 것으로 유명한데, 젊은 시절 약물 중독자였던 케네디 주니어는 간헐적 단식을 비롯해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 등 자신만의 건강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 기간 간식을 먹을 경우 유기농 아몬드와 말린 망고를 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건강 관리에 진심인 케네디 주니어가 햄버거를 들고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현지 여론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인사권자인 트럼프 당선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식습관에 대한 신념을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케네디 주니어 옆자리에 앉아 감자튀김을 손에 든 채 사진을 찍은 트럼프 주니어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내일부터"(Make America Healthy Again starts TOMORROW)라며 케네디 주니어의 태세 전환을 꼬집는 듯한 글을 게시했다.

이날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이 측근들이 격투기 대회 UFC를 관람하기 위해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가는 도중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주니어는 UFC 옥타곤 앞에 마련된 VIP 좌석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