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장교들을 모아놓고 '전쟁 준비'를 주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난하며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는 '핵무력 강화' 노선과 러시아 파병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강변으로 풀이된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대대장·대대 정치지도원대회 연설에서 "미국의 반공화국 대결 준동이 우심해질수록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행동의 정당성은 더욱 뚜렷이 확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며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돌격대로 내세워 벌리고 있는 로씨야와의 전쟁을 철두철미 실전 경험을 늘리고 군사적 개입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무력 강화 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불가역적 정책으로 된 지 오래"라며 "남은 건 당장이라도 핵무력이 전쟁 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 태세를 갖추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번 연설은 미국을 겨냥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유럽·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전쟁 위협을 키운 탓에 북한의 핵 개발은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 대선 이후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으로 수많은 나라들이 전쟁에 말려들고 있다면서 "국제 안보 형세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강변했다. 정작 북한 군인들이 참전 중이라는 사실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미제와 추종 국가들의 군대'로 규정하며 "나토 같은 군사동맹 간판을 쓰고 조선반도 지역에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 준비 완성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는 2014년 11월 3차 대회 이후 10년 만이다. 1953년 1차 대회와 2006년 2차 대회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각 참석했다. 인민군 대대장은 통상 대위 또는 소좌(국군 소령) 계급을 보임하며, 대대정치지도원은 군인들의 사상 교육을 책임지는 정치장교다. 김 위원장이 중간급 장교들을 모아놓고 직접 통제·교양 작업에 나선 셈이다.
시점 자체는 더 빨랐지만, 이 같은 연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한 뒤 공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 북한군 파병에 대응하는 차원이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의 본토를 겨냥할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300㎞에 달하는 에이태큼스(ATACMS)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당국자를 인용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내부 표적은 물론,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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