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이 나든 다 뒤집힐 수 있다."
브라질에서 18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최우선 화두는 단연 '트럼프 2.0'이다.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고 기후 위기론을 '사기'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그간 G20이 발맞춰온 다자주의,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이니셔티브 역시 대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G20 회원국 지도자들은 18~19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잇달아 리우데자이네루에 도착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의 주제는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구축'이다. 현재 각국 외교관들은 기후변화 대응,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 현안, 국제기구 거버넌스 개혁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성명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 다만 최종 합의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 외신은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초부유층에 대한 과세 등에 반대하며 이미 G20 공동성명 발표를 막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앞서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를 직접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하기도 했다. 당시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 승리한 후 해외 정상과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외신은 "밀레이의 행보는 트럼프 당선 후 다른 주요국들까지 이탈할 수 있다는 서방 외교관들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르몽드 역시 "다음 백악관 주인(트럼프)의 그림자가 G20에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국 대선 이후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국제 현안 해결에 있어 다자 협력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G20이기도 하다. 유럽 쪽의 한 당국자는 "우리는 모두 자리에 앉아 국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트럼프)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해야 한다"면서 "(이번 G20에서) 결정된 것에 미래가 있을 거라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어떤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향후 트럼프 당선인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유럽 쪽 고위 외교관 역시 "미국(바이든 행정부)과 함께 한 모든 작업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주도권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2기 행정부에서 미국우선주의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양자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는 다자 협력을 기반으로 한 G20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다자주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음에도 '종이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즉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다시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해온 그의 접근법은 최근 에너지부 장관(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창업자) 등 내각 인선에서도 확인된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를 의식한 듯 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7일 아마존 열대우림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세계 최대 양자 기후 재원 공여국이 되겠다는 약속을 언급하고 "아무도 이를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리우데자이네루를 찾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가 합의 정신을 갖고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인 회의로 이끌기를 요청한다"며 "G20이 분열되면 세계적 영향력과 레버리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다자 협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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