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손정의·젠슨황이 삼성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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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재일 교포인 그는 한국에서는 손정의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린다. 그가 ‘마사’라는 애칭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품 안에 안기는 모습이 최근 화제가 됐다. 손 회장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급부상한 엔비디아의 주식을 매각한 사실을 황 CEO가 거론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한 무대에 선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로 수십 년째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 후에도 번번이 일어났다. 황 CEO는 자신의 첫 제품인 NV1, NV2를 철저한 실패로 규정한다. 회사를 망하게 할 뻔한 위기로 회상한다. 그는 조직 내부에 가장 큰 적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엔비디아는 GPU의 발열 문제로 인해 제품 리콜과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이는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젠슨 황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다시 일으켰다. 이때 등장한 것이 쿠다(CUDA)다. 쿠다가 없었다면 지금 엔비디아 생태계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그의 리더십은 엔비디아를 오늘날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 모습대로라면 화려함의 극치지만 엔비디아도 이런 실수와 내부의 문제를 극복하고 창업 31년 만에 역대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손 회장도 매한가지다. 그는 성공에 가려져 있지만 매번 위기를 맞았다. 그는 닷컴 버블의 붕괴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나섰다. 투자사업과 현재의 소프트뱅크 기반이 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는 대규모로 투자한 위워크, 우버의 추락으로 대규모 적자 사태에 시달렸다. 위기를 해결하고자 AI 시대에 엔비디아와 함께 반도체 분야의 핵심으로 부상한 ARM을 매각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손 회장은 위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일본의 AI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야심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이 대담하던 시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때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의 위상은 어디로 갔는가.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젠슨 황, 손정의의 성공 뒤에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이 있었다. 그들은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실패는 그들에게 좌절이 아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자세는 지금의 삼성전자에 큰 시사점을 준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도전에 나서야 할 때이다.


AI 시대의 도래는 위기이자 기회다. 손정의와 젠슨 황이 보여준 열정과 비전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도전이 필수다. 그리고 핵심은 리더십이다. 리더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용기와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다면 삼성전자도 다시 세계 무대에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설 때이다.


과학과 기술에 기반한 기업의 성공도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손정의는 인재 육성과 조직 문화 혁신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젠슨 황 역시 창의적인 인재를 중심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며 혁신을 이끌었다. 위기는 기회다. 삼성에도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리 없다. 그 중심은 과학 기술 ‘퍼스트’다.





백종민 산업IT부 과학팀 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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