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고래고기를 4t 넘게 밀반입한 50대 여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 11단독 정순열 부장판사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밀수 범행으로 수사 단계에서 구속돼 3개월 정도 구치소에 수용된 A씨는 이번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됐다.
A씨는 2023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일본 오사카 등에서 고래고기 가공품을 산 뒤 지인들과 1인당 30㎏씩 가방에 나누어 담아 위탁 수화물로 국내에 들여왔다. 이를 24차례 반복해 밀반입한 고래고기가 무려 4640㎏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운반책을 일당 30만원에 모집하기도 했다. 이렇게 들여온 고기는 지인 등에게 양도하거나 판매를 위해 냉장고 등에 저장했다.
정 판사는 "국제 멸종위기종인 고래고기를 밀반입하고 판매할 목적으로 밀수하거나 양도, 저장했는데 그 양이 상당하고 범행 횟수가 많아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고래고기는 일본에서 유통되는 식품으로 불법 포획된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3개월간 구속된 점 등을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국제사회는 지난 1986년부터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을 금지해왔고, 우리 정부도 1986년부터 모든 고래잡이를 법적으로 금지해왔다. 고래를 포획하면 관련 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그물에 우연히 걸려든 것(혼획), 좌초·표류한 고래다. 불법 포획한 고래는 수사 후 공매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됐다.
국제사회의 수많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업적 포경(捕鯨·고래잡이)을 허용하고 있는 일본에서 급기야 고래고기가 도심 내 자판기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앞서 2018년 12월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공식 탈퇴하고 상업 포경을 재개했고,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경을 강행해 왔다. 2020년에는 포경산업에 약 611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는 일본의 고래 고기 자판기를 "쇠퇴해가는 포경업계의 발악적인 판매 술책"이라고 규탄했다.
고래잡이는 수류탄이 달린 작살을 고래에게 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래가 죽음에 이르는 시간이 길고 고통스러워 극도로 잔인한 방식이라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비판해 왔다. 영화 '아바타:물의 길'에서도 일부 장면이 고래잡이를 비판하자 일본 내에서 '아바타:물의 길'에 대한 보이콧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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