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OTT 판 뒤집힌다…디즈니+ 근거 있는 자신감

'무빙' 못지않은 기대작 대거 공개
선두주자는 다음 달 강풀 원작 '조명가게'
"국내외 소비자 취향 골고루 만족시키겠다"

국내에서 디즈니+의 위상은 넷플릭스에 한참 못 미친다. 시장에 뒤늦게 합류해 기대작 선점에 애를 먹었다. 대다수 제작사가 넷플릭스 앞에 줄을 서 있어 사실상 2·3순위였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프리 프로덕션 전부터 믿음을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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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목할 성과가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강풀 작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이 지난해 디즈니+의 미국 외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 순위를 기록했다. 국내 구독자도 430만 명 이상 모았다. 에릭 슈라이어 디즈니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부문 사장은 지난 8월 'D23: 글로벌 팬 이벤트'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성공 사례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년은 국내 제작사들과 긴밀히 다져온 관계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분수령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의 기조대로 '양'보다 '질'에 집중한다. '무빙' 같이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기대작을 여럿 선보인다. '조명가게', '트리거', '하이퍼나이프', '넉오프', '나이 퍼즐', '파인', '북극성', '메이드 인 코리아' 등이다.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는 그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장이었다. 최연우 디즈니코리아 로컬 콘텐츠 총괄은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해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했다"며 "다음 달부터 저력을 보여줄 대작들로 국내외 소비자의 취향을 골고루 만족시키겠다"고 밝혔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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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은 다음 달 4일 '조명가게'로 뗀다. 조회 수 1억5000만 뷰를 넘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등이 출연했다. 메가폰은 배우로 더 익숙한 김희원 감독이 잡았다.

디즈니에선 '무빙' 못지않은 흥행을 예상한다. 한국을 찾아 강풀 작가를 만났다는 슈라이어 사장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을 느꼈다. 언어 장벽이 있어 통역이 필요했지만, 그가 전하려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독특하고 진정성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명가게'가 매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공개되는 '트리거'는 검찰과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들을 다룬 이야기다. 김혜수와 정성일, 주종혁이 호흡을 맞췄다. 연출은 '경이로운 소문' 시리즈와 '배드 앤 크레이지'의 유선동 감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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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나이프'는 내년 상반기 공개가 확정됐다. 과거 촉망받던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두뇌 싸움을 벌이는 메디컬 스릴러다. 박은빈과 설경구, 윤찬영, 박병은 등이 주연했다. 각본은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와 웹툰 '방정사'를 집필한 김선희 작가가 썼다. 연출은 '낮과 밤', '크레이지 러브' 등의 김정현 감독이 맡았다.


김다미와 손석구의 만남으로 관심을 끈 '나인 퍼즐'도 내년에 베일을 벗는다.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한샘이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공작'과 드라마 '수리남'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해 '눈물의 여왕'으로 건재를 과시한 김수현도 디즈니+에서 상승세를 이어간다. 조보아와 함께 '넉오프'를 선보인다. IMF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남자가 평범한 회사원에서 짝퉁 시장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도적: 칼의 소리', '비밀의 숲 2' 등을 만든 박현석 감독이 연출했다. 극본은 '38 사기동대', '나쁜 녀석들' 등의 한정훈 작가가 집필했다.


강동원과 전지현의 연기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는 '북극성'도 디즈니+ 전파를 탄다. 외교관이자 전 주미대사로 명성을 쌓은 문주가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와 함께 거대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내용이다. 영화 '아가씨', '독전', '헤어질 결심' 등을 쓴 정서경 작가가 각본을 썼다. 연출은 드라마 '빈센조', '작은 아씨들', '눈물의 여왕'의 김희원 감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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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시대극도 두 편이나 나온다. '파인'과 '메이드 인 코리아'다. 전자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성실한 악당들을 조명한다. 영화 '범죄도시'와 드라마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연출했다.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홍기준, 장광, 김종수, 우현, 이동휘, 정윤호 등이 출연했다.


후자는 현빈과 정우성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1970년대에 야망으로 가득한 백기태와 그를 막으려는 검사 장건영이 거대한 사건에 직면해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 '내부자들',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디즈니는 하나같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리라 확신하는 분위기다. 캐럴 초이 디즈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특정 연령대가 아닌 다양한 연령층에 호소하는 작품들"이라며 "매우 진정성이 있고 모두를 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한국에서 (디즈니의) 투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며 "'무빙'과 같은 뛰어난 콘텐츠라면 자연스럽게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리라 본다"고 자신했다.





싱가포르=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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