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 혹평…차기 보건장관 케네디주니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종합)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전 대선 후보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지에서는 전문성 없는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의 공중보건정책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를 이끌게 될 경우 대참사가 불가피하다는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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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건복지부 장관에 케네디 주니어 지명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는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도널드 트럼프(대통령 당선인)에게 감사하다"면서 "8만명 이상의 보건복지부 직원들과 협력해 기관들이 기업의 포획으로부터 해방돼 다시 한번 미국인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을 추구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함께 부패를 청산하고, 산업계와 정부 사이의 회전문 관행을 막고, 보건기관들이 최고 수준의 증거 기반 과학의 전통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직전에 공개한 성명에서 "미국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공중 보건과 관련해 속임수,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에 관여한 산업 식품 단지와 제약회사들에 의해 짓밟혀왔다"면서 "케네디 주니어는 이들 기관을 최고 기준 과학 연구의 전통과 투명성의 길잡이로 회복시켜 만성 질환 확산을 종식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백신 음모론자'로 알려진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백신 사용이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정치권을 상대로 백신 반대 로비 활동을 펼쳐온 전력이 있다. 대선 직전에는 X 게시글을 통해 '공중보건에 대한 전쟁'을 벌인 식품의약국(FDA)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몇차례 공식석상에서는 인공화학물질이 어린이를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로 만든다거나, 자신의 뇌 일부가 기생충에게 먹혔다는 등 근거 없는 발언을 반복하기도 했다. 현지언론들은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가 백신의 안전성, 공중보건문제 등에 대해 활발하게 발언해왔으나 의학 관련 학위나 관련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바는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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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자가 공중보건 책임져선 안 돼" 비판 잇따라

현지에서는 이번 지명으로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진보 비영리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케네디 주니어는 명백한 위험"이라며 "보건복지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돼선 안 된다. 국가 공공보건기관을 책임지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또 다른 정책 주도의 공중보건 재앙을 초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감염병 전문의인 아푸 아카드는 자신의 X계정에 "공중보건에 있어 무서운 날"이라며 "강력한 증거에 기반해 공중보건 결정을 내리고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한 코로나19로부터 이 정도는 배웠으면 한다"고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가 주장해온 음모론을 우려했다.

보수성향의 평론가이자 변호사인 조지 콘웨이는 전날 발표된 법무부 장관(맷 게이츠), 국가정보국(DNI) 국장(털시 개버드), 보건복지부 장관(케네디 주니어) 지명 소식을 언급하면서 "각각으로도 미 역사상 최악이다. 트럼프가 단 24시간 만에 이 세 가지를 모두 해냈다는 게 놀랍다"고 평가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어린이 병원의 의사인 알라스테어 맥알파인 역시 "얼마나 끔찍한 결정인지 과장하기도 힘들다"며 "케네디 주니어는 의학교육을 받지 않았다. 철저한 반백신, 허위정보 영업맨"이라고 비난했다. 일간 가디언은 "케네디 주니어의 내각 발탁으로 인해 트럼프가 전문가, 기술관료보다는 극단주의자, 충성파를 행정부에 끌어들이는 열의가 크다는 두려움이 한층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보은 인사..."상원 공화당, 결국 지지해야" 분석

CNN은 이번 지명 소식은 주목할만하다면서 하워드 루트닉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선 직전 인터뷰에서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가 보건복지부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당시 해당 답변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혼선으로 이어졌는데, 결국 트럼프 당선인의 결정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후보직을 포기하고 자신을 도운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에게 보은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 상원의원들 역시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를 둘러싼 개인적 우려와 별도로, 트럼프 당선인의 선택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은 의회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며 행정부, 입법부 권력을 모두 거머쥔 상태다.


짐 뱅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의 발탁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대중 투표에서 승리했다"며 "백신은 많은 유권자가 우리가 다루길 원한 주제"라고 답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CNN방송에 "그들(상원)이 케네디 주니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및 그의 정치팩, 미국 국민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대중 투표에서 승리한 이유 중 하나는 케네디 주니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고 그들이 내놓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의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정치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그는 줄곧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 이후 지난 8월 후보직을 포기하고 트럼프 당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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