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 경제 최고라 금리인하 서두를 신호 없다"…트럼플레이션 우려했나

파월 "美 경제 전 세계 최고"
인플레 "광범위한" 진전…고용 "균형" 평가
신중한 통화완화 시사…美 국채 2년물 금리 ↑
12월 스몰컷 전망…오전 80%→오후 60%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 경제가 강력한 상태를 이어가면서 통화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노동시장도 우려했던 것보다 견조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감세 공약 이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가능성도 인하 속도를 늦출 요인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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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댈러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경제는 우리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는) 전 세계 주요국 경제에서 단연 최고"라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강력한 경제는 우리가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진전됐고 고용 역시 잘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장기 목표치인 2%에 아직 도달하지 못해 우리 일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면서도 "노동시장 상황이 대략 균형을 맞추고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잘 고정돼 험난하긴 해도 물가 상승률이 2% 목표를 향해 지속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Fed는 지난 9월 금리 인상 2년 6개월 만에 통화완화 사이클을 개시하며 최고 5.25~5.5%였던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후 지난 7일 열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렸다. 금리는 2회 연속 낮췄지만 인하폭은 줄였다. 파월 의장은 당시 12월 금리 결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월가에서는 다음 달 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2.1% 반영 중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80% 안팎에 머물렀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6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며 미국 국채 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현재 전거래일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4.34%에 거래 중이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가 험난할 수 있다는 건 예상된 일이지만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악화하지 않는 한 Fed가 시장이 원하는 일련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다시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트럼플레이션 가능성도 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도록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파월 의장의 해임을 여러 차례 거론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인상, 불법이민 제한 정책이 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그의 감세 정책 역시 재정 적자 확대, 국채 발행 증가 및 발행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시중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둘 것으로 예상된다. Fed의 통화완화 속도가 12월이 아닌 내년 이후가 본격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지난 12일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 등으로 Fed의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9월 점도표에서 예고한 4회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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