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이 증가하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백건씩 동일 내용을 신고하는 등 악성 민원으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민신문고 경찰청 민원은 2021년 121만건, 2022년 135만건, 2023년 162만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는 교통 범법 민원 등을 분리해서 집계하고 있음에도 1~10월 46만건이 접수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부 부처로 접수되는 전체 민원의 절반 이상이 경찰청으로 할당된다“며 “고소장을 제출하는 사례처럼 적절하게 활용되면 좋지만 악의성을 가지고 악성 민원을 접수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간혹 수백건씩 등록을 해놓고 사건 접수를 위해 연락을 해보면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접수가 되면 어떤 경우든 간에 무조건 모두 확인은 해봐야 하다 보니 적게라도 품을 들일 수밖에 없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국민신문고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국민참여포털로, 민원 신청이나 국민제안 등이 가능하다.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 접수는 별다른 양식이나 제한이 없어 홈페이지 로그인만 하면 자세한 설명 없이 한 줄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접수된 민원은 내용에 따라 권익위에서 해당하는 기관으로 이관한다. 물론 똑같은 민원이 여러 개 접수될 경우 하나로 병합해서 처리할 수 있고, 두 번 이상 답변이 나간 건에 대해서는 곧바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다만 배정된 부서에서 직접 확인 및 분류해야 하고, 답변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해야만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는 민원 접수에 별도로 제한을 할 수 있지 않다지만, 악성 민원이나 동일 내용 반복하는 경우에 대한 제한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개선하기 위해 논의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신문고는 워낙 민원 접수량이 많다 보니 권익위는 해당하는 부처로 이관하는 일만 하는데, 그렇게 떠넘기기만 하게 되면 행정력 낭비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요건이 갖춰져 있는지, 구체성이 있는지 등 일정 심사를 통해 접수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원 신고 자체의 제한은 쉽지 않기 때문에 악의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면 사후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업무 방해적인 요소가 있는 경우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하는 등 형사 처벌을 통해 행정력과 공권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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