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표 전 의원은 올해 1월 31일 총선을 약 2개월 앞두고 동료 정치인들에게 명절 선물용으로 1001만5000원을 지출했다. 홍삼세트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전달했다.
#. 이탄희 전 의원은, 지난 2월 6일 서울 영등포의 백화점에서 보좌진에게 선물할 75만원 상당의 명절 상품을 구입했다. 이용우 전 의원 역시 2월 8일 당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사무원에게 명절 상여금으로 70만원을 지급했다.
#. 정춘숙 전 의원은 올해 2월 7일 보좌진 및 원내정책수석실에 명절 선물 비용으로 198만원을 지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선물 구입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자신의 '후원회 기부금' 계정을 통해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정치 후원금을 특정인에게 사용한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정치인이 함께 일한 근로자 등에게 정치자금으로 명절 선물 및 격려금을 집행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판단의 핵심은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 '대가성' 여부에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위법한 지출이 아닌, 적법하게 사용한 정치자금은 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위법이 아닌 '적법한 지출'이란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 제1항에 명시돼 있다.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상시 기부행위제한 상대자로 '당해 선거구 안에 있거나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는 선물 등 제공을 금지한다. 자신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선물이 '대가성'을 띨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지역구 의원이 관내 경로당 등에 명절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법령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명의 제공은 가능), 자신의 선거구민과 연고가 없는 동료 의원 간 선물 제공은 통상적으로 가능한 셈이다.
다만 선출직이 아닌 비례대표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도 선물을 주고받을 수 없다. 비례대표 의원은 자신의 선거구가 '전국구'라는 점에서 전국의 유권자가 '선거구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의 선물은 대상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선거법에 위반된다.
자신의 선거구민에 속하지 않더라도 선물의 '수준'이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은 모호하다. 선관위는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정치자금으로 명절 선물 제공이 가능하다고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선거법이 이처럼 복잡하고 유권해석의 요소가 다분하다 보니 선관위는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설·추석 관련 정치관계법 안내' 책자를 배포한다. 홍익표 전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 시절 처음으로 당 고문 및 당 의원들을 포함해 200여명에 선물한 것으로 비싸지 않은 것이었다. 1인당 5~6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