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현물출자로 PF 자기자본비율 ↑…"사업성 따라 갈릴 것"

PF 사업자 자기자본비율 선진국 수준 유도
책임준공 손보고, PF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개발·운영 능력 갖춘 '전문 디벨로퍼' 육성
전문가들 "제도권 PF 긍정적, 현실화 글쎄"

#. 사업자 A씨는 개발비용 1000억원(토지비 300억원·건설비 700억원), 사업 기간 40개월, 청산가치 1500억원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추진하면서 토지주로부터 토지를 현물 출자받았다. 토지주가 땅을 팔지 않고 사업에 주주로 참여한 것이다. 그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30%가 된 A씨는 브리지대출을 건너뛰고 금리 7%에 본PF대출을 일으켰다. 브리지론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약 170억원(333억원→163억원)의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총사업비가 감소하고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사업 지연으로 부실화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됐다. 기존 방식대로면 토지비의 10% 수준인 자본금(30억원)으로 브리지대출(270억원·금리 12%)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착공 시 본PF대출(금리 9%)로 사업을 진행했을 터였다.


정부가 PF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토지주의 현물 출자 유도' 방안을 내놨다. 고금리 대출로 토지비를 충당했다가 이를 갚지 못하고 사업 추진도 어려워진 영세 시행자로 인해 보증을 선 시공사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총사업비의 30% 안팎인 토지비를 땅 주인의 현물 출자로 메워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20%)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안건으로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PF 안정성을 키우고 주택 공급은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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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로 PF 자기자본비율 높인다

먼저 PF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정부는 출자자의 이익 실현 시점을 고려해 '조세특례법'을 개정, 현물 출자한 토지주의 양도차익 과세·납부를 늦춰주기로 했다. 또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시행자의 개발 사업에는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규제 특례를 준다. 이 내용은 내년 상반기 발의할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에 담긴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내규를 고쳐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은 수수료를 할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PF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데 공감해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을 발의하기로 했다"며 "개발이익 추구 시 리스크가 0%인 경우는 없다. 다만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를 제안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띠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근책이 효과를 내도록 PF 시장의 체질도 개선한다. 이를 위해 PF 사업성 평가 기준·절차를 마련하고, 대출 시 전문평가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한다. 평가는 민간에서 수행하며, 금융사가 평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는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금융사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공사나 신탁사에 지웠던 책임준공 관행도 손본다. 국토부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내년 1분기까지 책임준공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PF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착수 단계부터 분양률까지 일체를 파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심했다"며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유휴 토지의 현물 출자가 활성화되면 부동산 개발 시장 활력은 물론이고, 주택 공급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성화해 국내에서도 개발 후 운영까지 가능한 디벨로퍼가 육성될 수 있도록 한다. 우량 용지를 리츠에 공급해 지역 내 랜드마크 상업시설 등 특화형 개발을 유도하고,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 디벨로퍼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 사례로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를 개발 후 운영하는 모리사(社)가 있다.

'PF를 양지로' 의미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PF 사업을 제도권에서 관리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법 개정 등이 필요해 당장 PF 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PF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이 부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조세특례법부터 개정해야 하고, 개정되더라도 사업성에 따라 토지주의 지분 참여 의사는 갈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좋은 곳은 대책과 관계없이 버티려고 할 것이고,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은 땅을 팔고 빠져나오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으로 효과가 양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주의 사업 참여는 의사결정자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업이 더 지연될 수 있어 실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금 기준을 높여 'PF 위험성을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어렵게 하는 것' 사이에 절충이 필요하다"며 "이를 조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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