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반려동물과 오래 살았다고 해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종인 개나 고양이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동물도 인간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때로는 목숨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동물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심리학자가 늘고 있다.
미국 반려동물 전문 훈련 기업 '펫 케어' 소개에 따르면 '동물 심리학(Animal Psychology)'은 일반적인 동물 '훈련'과는 대비되는 새로운 전문 지식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반려동물 심리 관련 솔루션은 '치유'가 아닌 '교정'에 집중돼 있다. 개나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어디서 나쁜 버릇을 들였는지 유추하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주인과 동물의 관계를 재설정하거나 동물을 고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동물 심리학은 말 그대로 동물의 심리적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에 따르면, 동물도 인간처럼 답답한 감정과 스트레스, 우울감 등을 느낀다. 때로는 이런 감정이 우울증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 심한 우울을 느끼는 개는 스스로 먹기를 거부하는가 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또는 자기가 느끼는 슬픈 감정을 외부에 공격성으로 발산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 심리학자는 우울해하거나 공격적인 반려동물, 강박 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보고, 이들이 어디서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느끼는지 평가한 뒤 '치료'한다. 치료 과정은 놀이, 행동 교정 등 단순한 보완책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 우울증 치료제인 파록세틴, 프로작 등의 처방도 포함되기에 엄격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동물 심리학자는 주로 동물 행동학, 인지 심리학 등 관련 분야 학위를 보유한 이들로, 동물 병원이나 전문 업체 등에서 고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동물 심리학에 대한 수요는 동물원에서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원은 특성상 모든 동물이 제한된 공간 내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본능에 내재한 영역 범위가 넓은 동물은 이런 환경에 선천적으로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동물은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겪게 될 수 있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전문 동물 심리학자들은 동물원 내 환경을 최대한 동물의 서식지와 비슷한 형태로 맞추는 데 중점을 둔다. 현대 동물원은 과거와 달리 동물을 위한 장난감이나 간단한 퍼즐(풀 경우 자동으로 먹이가 내려오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런 추세 또한 동물 심리학이 거둔 쾌거다. 장난감 놀이나 퍼즐 같은 활동이 동물의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고 심리적 압박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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