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성인 산업 밀집 지대인 '홍등가'에 10대 여성의 3D 홀로그램 영상이 설치돼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홀로그램의 주인공은 15년 전 살해 당한 성매매 여성으로, 현지 형사들은 여전히 이 여성을 살해한 범죄자의 행방을 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홍등가에 설치된 '베티 사보' 홀로그램을 집중 조명했다. 베티는 2009년 홍등가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으로, 이 홀로그램은 사건 당시 그의 복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영상에서 베티는 홍등가 창문을 두드리거나 입김을 불어 창문에 성에를 끼게 한 뒤 '도와주세요(HELP)'라는 문구를 새긴다. 사건 당시 베티는 갓 성인에 불과했으며, 헝가리에서 새 일자리를 찾아 네덜란드로 이민을 온 젊은 여성이었다.
이 영상을 설치한 이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형사들이다. 2009년 살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이들은 베티의 살해범을 추적해 왔지만 15년 내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형사들은 홍등가를 지나다니는 주민들에게 베티의 기억을 되살리고, 제보를 받기 위해 홀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티는 2008년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을 출산한 뒤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 일을 재개했다.
그러나 2009년 2월19일 그는 홍등가 한 침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아기는 네덜란드 위탁 시설로 옮겨졌고, 모친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랐다고 한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암스테르담 형사들이 15년에 걸쳐 범인을 추적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사건 이후 경찰은 즉각 수사를 시작했지만 살인범을 수색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수포가 됐다.
범인은 CCTV 영상에 잘 포착되지도 않았을뿐더러, 홍등가는 특성상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 해외 출신이라 수사에 더욱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암스테르담 경찰은 증인 제보를 장려하기 위해 3만유로(약 448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도 내건 상태다.
한편 홍등가는 암스테르담의 성매매 산업 밀집 단지다. 네덜란드는 2000년 성매매를 합법화했으며, 이후 수도 암스테르담 운하 인근의 거리에서 홍등가가 발생했다. 한때 시 당국은 홍등가를 '성 산업 중심지'로 만들어 관광 자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고려했으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성 산업을 '문화'로 접근하는 게 맞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베티 사보 살인 사건은 홍등가에서 일하는 성 산업 종사자들의 치안 문제에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BBC는 홍등가의 성 노동자들이 "다양한 보안 조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고 있다"고 전하며 "성매매 여성이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되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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