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은행·증권사에도 보험계리사 수요 조사…IFRS17 영향

연금 사업자로 조사 대상 확대
10년치 보험계리사 필요인력 파악
IFRS17·건보 경쟁에 수요 늘어
계리사 시험 최소 합격인원 상향조정 가능성도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은행·증권사의 보험계리사 수요까지 조사에 나섰다. 그간 보험사와 계리법인만을 대상으로 해오던 보험계리사 인력 수요조사를 전체 연금 사업자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퇴직연금 시장 성장에 따른 전문인력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최근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9년까지의 보험계리사 필요인력과 채용계획을 조사했다. 기존에는 보험사와 계리법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조사를 올해부터 퇴직연금 사업자인 증권사, 은행, 근로복지공단 등으로까지 확대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러한 수요조사는 매년 11월경 실시되며, 다음 연도 자격시험 합격자 규모를 결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는데 이번에는 보험계리사 수요가 있을 만한 연금 사업자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보험계리사 시험의 합격 예정 인원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장 수요를 고려한 적정 인원 선발을 통해 자격증 취득자의 실업 문제를 예방하고, 동시에 업계의 전문인력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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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계리사 자격증 취득이 쉽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정 인원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격자가 너무 많으면 취업난이 발생하고, 너무 적으면 업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다. 보험계리사 수요조사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필요할 때 실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보험계리사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으로 IFRS17 도입과 함께 보험상품 개발 수요 증가를 꼽았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수요는 언제나 있었지만, IFRS17로 계리적 가정이 많아지면서 더 늘었다"며 "특히 건강보험 경쟁 이슈로 상품 개발 수요가 많은 생명보험사의 경우 수요가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 시가평가가 의무화되면서 보험계리 전문성의 중요성이 커졌고,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면서 비보험권에서도 계리 전문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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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리사 합격자는 2020년 161명, 2021년 163명, 2022년 166명, 2023년 169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2024년에는 12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IFRS17 시행과 건강보험 경쟁 심화로 보험계리사가 더 많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합격자가 줄어든 셈이다. 이번 수요조사 대상 확대는 내년도 합격자 수 증원을 위한 근거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계리사 시험은 5개 과목으로 구성되는데, 과목별로 최소 합격 인원을 150명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모든 과목에 합격해야 최종 합격자가 되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3~4과목만 합격해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 후 나머지 과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과목별 합격자 기준으로도 시장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전체 금융권의 보험계리사 수요가 크게 확인될 경우, 내년도 과목별 합격자 수가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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