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돈다발 건넨 남자…잡고 보니 지명수배 '조폭'

도보 순찰 중이던 기동대 대원이 불심검문
타인 주민번호 대고 들키니 도주까지

노상 카페 테라스에서 5만원권 현금다발을 여러 명에게 나눠주던 30대 남성이 기동순찰대원의 불심검문으로 붙잡혔다. 이 남성은 지명수배된 조폭으로 밝혀졌다.

8일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당시 한 카페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는 6명의 남성이 둘러앉아 있었다. 이 중 한 명인 30대 A씨는 남성 5명에게 5만원권 현금다발을 나눠줬다. 남성들은 돈을 받으며 90도로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노상 카페 테라스에서 돈다발을 주고받는 남성들[이미지출처=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 기동순찰2대 대원들은 해당 카페 인근을 순찰 중이었다. 야외에서 거금을 현금으로 주고받는 일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불심검문을 했다. 경찰은 "왜 이렇게 많은 현금이 많냐. 왜 여기서 돈을 나누고 있느냐"며 검문 이유를 밝히면서 자금 출처를 묻고 신분증을 요구했다.

남성들은 "용돈을 받으러 왔다"라거나 "수고비다" "월급을 받는 중이었다" 등 각자 다르게 답하는 등 횡설수설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돈을 받은 남성 5명은 신분이 확인됐지만, 돈을 나눠준 A씨는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타인 명의의 신분증을 제시하며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고도 했다.

그는 경찰에게 가짜 명함을 건네고, 휴대 전화에서 다른 사람 명의의 카카오톡 계정을 보여주는 등 시간을 끌었다. 경찰은 A씨가 불러준 주민등록번호로 신원 조회한 결과, 신분증 사진과 A씨의 얼굴 모습이 크게 다른 점을 알아내 지문 대조를 요구했다. 그러자 A씨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러냐. 왜 내 말을 안 믿어주냐"며 펄펄 뛰었고, 급기야 경찰을 피해 카페 안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경찰은 도주하는 A씨를 몸싸움 끝에 붙잡았다.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일산동부경찰서로 이송했다. A씨는 경찰서에 도착하자 체념한 듯 자신의 인적 사항을 털어놨다.

조사 결과 그는 대구·포항 지역 조직폭력배로, 2019년부터 5년간 특수상해 등 체포영장 3건, 벌금 수배 1건, 지명 통보 10건 등 총 14건의 지명수배를 받고 도피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A씨를 대구 지역 경찰서로 이송했고, 구속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