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과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검찰에 출석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지팡이를 짚은 채 변호인과 함께 경남 창원지방검찰청에 나타났다.
그는 “국민 여러분에게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민망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김 여사와 어떻게 알게 됐는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통령 내외 도움을 받았는지’, ‘대통령이나 김 여사 음성이 담긴 녹취를 오늘 가지고 왔는지’ 등의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다.
명 씨는 “이 내용은 검찰 조사에서 질문하지 않겠냐. 여기서 다 말해버리면 검찰 조사해서 얘기할 게 없다, 조사를 다 마치고 나와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추가 폭로할 예정이 있냐는 질문에는 “나는 폭로한 적이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했던 행동 중에 폭로한 게 있냐”라며 날을 세웠다.
‘공천 대가성으로 돈을 받은 사실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한 마디만 하겠다”며 “검찰 인원이 계속 추가되고 있고 계좌 추적팀도 왔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단돈 1원도 받은 게 없다”고 말하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청사에 들어간 명 씨 대신 취재진을 마주한 명 씨의 변호인은 ‘녹취 자료를 준비했다던데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검찰에 제출될 예정 없고 일부 언론이 바라는 추가 폭로도 영원히 없을 테니 기대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제2의 윤지오인 강혜경 씨가 본인의 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 숨 쉬는 것 빼고 전부 거짓말을 해서 이 많은 언론인을 고생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천 대가성 금품 수수, 불법 여론조사 등 명 씨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라며 “강 씨가 이미 선거관리위원회 조사 때 본인 진술로 밝혀놓은 것들이 있다. 제2의 윤지오인 강 씨가 왜 변호인 입회도 못 하게 하고 혼자 들어갔을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명 씨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연 사과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여러 정치인 평판이나 명 씨가 생각한 내용이 제삼자 녹음으로 공개돼 누를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원국가산단 선정 과정에 명 씨가 개입했는가에 대해서는 “명 씨가 정책 의견을 김 전 의원에게 수시로 말했고 그걸 관철하고자 여러 자료를 만들어 전달한 것”이라며 “건강하고 건전한 주권자로서 오히려 장려할 만한 일이다”고 했다.
명 씨는 2022년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 측으로부터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5차례에 걸쳐 세비 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하고 그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창원지검에 김 전 의원의 전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를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 씨 등 5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강 씨는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 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 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고 공천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재작년 보궐선거 이후부터 김 전 의원이 명 씨에게 건넨 돈이 공천 대가라 의심하고 있다.
명 씨가 대선 여론조사에 쓴 비용을 충당하고자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예비후보자들에게 2억4000만원을 받았다고도 보고 있다.
창원지검 형사4부는 최근 김 전 의원과 강 씨를 잇달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명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서 명 씨를 불러 조사한 뒤 9개월 만에 이뤄졌으며 검사가 직접 명 씨를 조사하는 실질적 첫 피의자 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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