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5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북한의 합동군사훈련 가능성도 언급했다.
러시아 영자지 더모스코타임스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이 자리를 기회로 그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설 및 질의응답은 약 4시간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 의향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준비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우크라이나 위기 종식 지원에 대한 열망을 언급한 것은 적어도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취임 24시간 내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끝내겠다고 수차례 발언해왔었다.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더모스코타임스는 같은날 또 다른 기사를 통해서도 1월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전 두 정상이 회담할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 피격에서 대응한 방식이 "인상 깊었다"며 "용감한 사람으로 판명 났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사람들은 특별한 상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준다"며 "내 생각에 그는 매우 올바른 방식으로, 용감하게 자신을 보여줬다. 남자답게"라고 칭찬했다.
또한 "언제가 미국과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 보유국으로서 세계에 대한 책임을 이해하고 있고 전략적 안정성을 논의할 준비도 됐지만, 반대편도 열려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미래 핵무기 감축 대화가 이뤄진다면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핵무기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왜 안 되겠는가? 지켜볼 일"이라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6월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언급하며 "조약에는 상대방이 침략을 받으면 상호 지원한다는 제4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비준된 북·러 조약에는 쌍방 중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유엔(UN) 헌장 제51조와 북한·러시아법에 준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북·러 조약이 역내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밖에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중국을 지지한다"며 중국을 '동맹'이라고 칭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블록"이라고 지적하고, 유럽의 동쪽과 세계 다른 지역으로 계속 확장하려고 한다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대규모 제재에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