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내가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 국민께 걱정을 끼치면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2년6개월 국정 운영 성과를 소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 국민들을 향한 사과의 발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에게 사과를 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최저치를 경신하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화 녹취 공개로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직접 사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2027년 5월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6개월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며 "그런데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또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물가·주택시장 안정,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약자 복지 확대 등도 약속했다. 아울러 외교 안보 관련해서는 "새롭게 들어설 미 워싱턴의 신(新)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태세를 구축해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튼튼히 지킬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안보, 경제, 첨단 기술 협력을 더욱 고도화해 우리 청년과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더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 육성하고 정책 지원을 더욱 강화하며,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도 계속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4+1' 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연금, 노동, 교육 개혁과 인구 위기 극복의 4+1 개혁은 민생과 직결된 과제이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며 "과잉 경쟁을 해소하고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어서 인구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국민담화는 오전 10시 시작해 약 15분간 진행됐다. 지난 8월29일 국정브리핑(42분) 때는 물론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22분) 때와 비교해도 사전 담화 분량이 크게 줄었다. 대통령실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해진 멘트는 줄이고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진 만큼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앉아서 시작했다.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19%(한국갤럽 기준)까지 떨어진 상황을 고려한 듯 어두운 표정의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그대로 읽기보단 진심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담화 초반부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옆으로 이동해 고개를 숙였다.
지난 8월 회견에서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 추진과 정부 성과에 대한 발언 비중이 커 '자화자찬' 논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 이날은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 해소에 집중했다.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끝장 회견'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전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19~20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으나 이번엔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질문에 답변한 뒤 "더 궁금한 게 있느냐"라고 물을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회견장에는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은 물론 수석들도 전부 참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부인했다. 명태균씨 관련 의혹에 대해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연락을 끊었다"며 "명씨와 부적절한 일이 없어 감출 것도 없다"고 밝혔다. 명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명씨로부터 당선된 이후 축하 전화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후에는 소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초기 제가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지역에 가면 지역에 대한 이런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물론 그 얘기는 명씨한테만 받은 것이 아니라 수백 명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당선인 시절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새벽 2시까지 장차관급에 대한 인사를 하고 인수위원회가 진행되는 것을 꾸준히 보고 받아야 했다"면서 "누구에게 공천해 주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었다"면서 "인생을 살면서 조작을 한다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자주 소통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면은 그전하고는 소통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김 여사에게) 얘기해서 본인도 많이 줄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을 만들어 김 여사의 대외활동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제2부속실장 발령을 냈다"면서 "제2부속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 간에 뽑을 것이고, 제2부속실 사무실도 거의 공사가 끝났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이를 ‘정치 선동’으로 규정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를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사실상 특검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그것은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된다는 것, 이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특검의 업무도 사법 업무인데, 이건 정치 선동"이라면서 "과거에 수백 명이 밑도 끝도 없이 조사받고 일부 기소되고 했다. 일사부재리는 통상 수사나 검찰 업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이런 것을 갖고 특검한다는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인권도 유린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했던 인적 쇄신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시일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어떤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늘 바뀌어야 하고, 일신우일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적재적소 적임자들을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인재를 발굴·물색·검증하고, 검증 과정에 별문제가 없어도 이런 인사안을 내놨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도 해야 해 빠른 시일 내 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면은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부터 어떤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는 말씀은 드리겠다"면서 "국회 예산이 마무리되고 나면 내년도에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들의 민생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또 미국 대선 때문에, 아마 1월 중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사실 모든 틀은 한두 달 사이에 전부 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응 등까지 감안해서 그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혀달라는 기자 질의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 않나"라면서 "제가 사과드리는 건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과거에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졌기 때문이고, 안 해도 될 이야기를 해서 생긴 것이니까 그 부분 사과 드린다"고 부연했다. 또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이번 회견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 반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 때는 기자회견 전후 한국갤럽 기준 대통령 지지율이 24%로 큰 변화가 없었고 8월 기자회견 전후로는 27%(8월4주)에서 23%(9월1주)로 오히려 하락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회견에도 여론 반등이 없을 경우 사태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