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에 환호하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업종별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7일 오전 9시15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8.05포인트(0.31%) 하락한 2555.46에 거래됐다. 코스닥은 0.66% 하락한 738.37을 기록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은)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결과로 상대적인 언더퍼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트럼프의 부양·압박 순서, 중국의 대응 부양책 등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은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를 불러와 외국인 이탈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트럼프 승리를 고려하면 약세가 예상된다"면서 "트럼프 재정정책 중 감세와 국채 발행 감안 시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따라 온다. 이는 원화 약세를 자극해 외국인 매도 물량 출회로 이어지는 부정적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로 민간 자금이 말라가고 있어 외국인 투자까지 축소된다면 코스피는 아래로 방향성을 틀 확률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상승한 1401.1원으로 출발해 1400원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1400원을 넘겼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가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의 경우 정치, 경제, 안보,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위축이 불가피해 내년 수출 전망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업종별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대준 연구원은 "지수는 부진해도 업종은 차별화될 수 있다"면서 "주요 산업 중 인프라, 방산, 제약·바이오, 조선, 금융 등의 강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2기 역시 재정적자 확대가 예상되며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할 경우 정책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며 "관세 우려가 있는 일반 소비재보다는 미국의 취약한 제조업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방산, 조선, 기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베팅했던 가상자산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7일(한국시간) 오전 8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7만5721달러로 전일 대비 8.43%가량 상승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새벽 6시쯤 7만6460달러로 전고점을 재차 돌파했다. 전일 7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고점을 경신한 후 다시 역사적 고점을 새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관련 밈코인인 도지코인도 동반 상승세다. 도지코인은 전날 대비 14.12% 상승해 비트코인 대비 상승 폭이 더 크기도 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대장주인 이더리움 역시 같은 시각 11.61% 상승 폭을 기록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 후보 경합에서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을 표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업체를 지원하는 정책과 더불어 대표적인 규제론자인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교체를 약속했다. 백악관 직속 가상자산 정책 자문위원회 설립과 미국의 반(反)가상 자산 정책인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 정책을 중단하는 것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시장에선 당분간 비트코인 상승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민교 프레스토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정부 가상자산 정책이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 역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면서 "다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상장지수펀드(ETF) 수요 등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고 짚었다.
다만 시장 전반으로 온기가 퍼져나가기보다는 비트코인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정 애널리스트는 "알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아지면서 실제 사용성 있는 비트코인과 완전히 사용성이 없는 트렌디한 밈코인으로 수요가 양극화되는 중"이라고 짚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