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신기루" 2020 대선서 개표 반전 경험한 트럼프…올해는?

'초접전' 대결에 개표에만 수일 소요 예상
경합주서 개표 막판 반전으로 바이든에 패배
"올해는 이전보다 '블루 시프트' 덜 할 듯"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초박빙 대결이 펼쳐지면서 개표에만 수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당시 11월 3일 진행된 선거가 같은 달 7일에야 결과가 확정된 만큼 올해도 최종 당선자 확정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표 초기 승기를 잡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 조 바이든 대통에게 밀리면서 '선거 사기' 주장이 나왔던 것처럼 올해도 개표 과정에서 승기 반전이 불가피해 선거 사기 주장이 또 한번 나오게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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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2020년 대선 당시 주요 주(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초반에 승기를 잡았다가 이후 바이든 대통령으로 반전하며 '레드 신기루(red mirage)'와 '블루 시프트(blue shift)'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민주당을 의미하는 푸른색을 따 개표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WP는 이를 두고 "몇몇 주에서 (개표) 절차로 인해 민주당 지지표가 후반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자칫 공화당이 승리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레드 신기루를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데 활용했다"고 전했다.

2020년 11월 3일 대선 당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경합 주에서는 개표 초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가는 듯 보였으나 이튿날부터 서서히 결과가 뒤바뀌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개표 이틀째인 같은 해 11월 4일,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는 나흘째인 그해 11월 6일 반전이 이뤄졌다. 네 경합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 격차는 0.2%~1.2%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러한 개표 과정에서의 반전은 우편투표가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2020년 이후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우편투표를 하는 경향이 도드라졌는데, 우편투표가 현장 투표용지보다 개표 처리 과정에서 시간이 더 오래 소요돼 결과 반영이 늦어진 것이다. 당시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됐던 펜실베이니아에서 11월 7일에야 당선자가 확정됐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당선 확정으로 이어졌다.


또 2020년 대선 당시에는 우편투표 외에도 선거와 개표가 먼저 진행되는 주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고,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대도시 등의 투표 결과가 개표에 늦게 반영됐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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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양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초박빙 대결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합 주 7곳(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의 결과가 대선 결과에 직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7개 주는 선거 전까지 사전 투표 처리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2020년보다 '블루 시프트' 현상이 비교적 덜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0년 당시 투표 조작 음모론이 일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우편투표를 비롯한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 장려와 함께 사전투표에 참여한 상태라 사전투표가 주별로 실제 어느 후보에 유리할지 불확실하다. 2013년 '블루 시프트' 용어를 만든 에드워드 폴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올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더 작은 규모의 블루 시프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가 이뤄지는 내내 선거 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해 11월 4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주요 주에서 진행 중인 개표를 두고 '중대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하루 뒤 기자들을 만난 그는 또 "합법적인 투표 집계가 이뤄지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올해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투표를 마친 직후 "첫 대선(2016년)에서 훌륭하게 했고, 두 번째 대선(2020년) 때 훨씬 더 잘했는데 무언가 일이 발생했다"며 자신의 패배가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패배 시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 공정한 선거라면"이라고 답했다. 이 또한 선거 불복 여지를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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