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자전거 친화도시 선포식 및 국제 심포지엄’ 행사 준비를 앞둔 오승록 노원구청장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선도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4개 지자체를 선정했는데, 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서울 노원구가 선정된 것이다.
오 구청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탄소중립 선도도시, 자전거 친화도시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탄소중립 선도도시 공모에 나선 여러 지자체가 있지만 노원이 최종 승자가 된 핵심 요인, 그리고 함께 선정된 다른 지자체와 가장 큰 차별점은 건축 분야의 탄소중립 추진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 구청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68.3%가 건물에서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건축물을 빼놓고는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는 전략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에서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노원에서 제로에너지 건축을 성공적으로 선보인다면 향후 수도권의 여러 도시 인프라를 재구축할 때에도 원활하게 정책효과가 확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는 제로에너지건물(ZEB) 의무화를 정부 로드맵보다 앞당기는 내용의 ‘노원구 공공건축물 제로에너지건물 로드맵’을 수립해 지난해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이에 현재 태릉어울림센터 등 주요 공공건축물 건립 사업은 ZEB 4등급 기준을 반영하여 추진되고 있다. 이어 민간건축물 ZEB 로드맵 역시 중앙정부보다 빠르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 최대 개발사업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도 민간분야 최초로 ZEB 5등급 기준을 적용했다. 구는 향후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에도 인센티브를 포함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오 구청장이 이렇게 진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에 몰두한 것은 재선인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들이 점점 관심을 놓던 태양광 발전 지원사업을 끝까지 유지해왔음에도 민선 7기 초선 임기를 돌아보면서 환경분야만큼은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힌 오 구청장은 민선 8기 첫 번째 조직개편에서 기존의 환경업무 담당 부서를 전국 최초로 부구청장 직속의 ‘탄소중립추진단’으로 격상시키며 정책 밑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추진단은 서울시 자치구 최초 ‘노원환경재단’, 올해 새로 개소한 ‘노원구탄소중립지원센터’는 정책 발굴의 전문성,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협력체계, 구 각 부서 사업들과 민간활동에 대한 지원, 사업평가와 환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한다.
탄소중립추진단은 지난해 ‘탄소중립 2050 구민회의’를 구성해 운영하며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선도도시’ 추진계획에도 효과적인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발전수익 공유형 SPC, 시민참여형 탄소숲 등이 그것인데, 여기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포함한 8개 기관과도 협업체계를 갖췄다.
정책 기획역량을 강화한 구를 중심으로 민관협력체계의 외연이 넓어지는 동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올해부터 시범 적용한 ‘넷제로(Net-Zero) 행사 가이드’, ‘100만 그루 나무 심기’가 구 단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개인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구민과 함께 선정한 탄소중립 10대 실천 수칙’처럼 다각도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오 구청장은 ‘탄소중립 분야에서 시민의 참여가 핵심이다. 쉽고 재밌게 참여하면서 함께 고민하며 실천하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려면 체감되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쉽고 재밌게 체감하면서’ 참여시킬 수 있는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 구청장은 ‘자전거’를 핵심으로 꼽았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인 자전거는 동시에 재밌고 개인 건강도 증진하면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노원구민 자전거 안심보험’에 가입한 바 있는 구는 이제 역시 서울시 자치구 최초의 ‘자전거문화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곳은 미니어처 자전거 전시 카페, VR 자전거 체험관, 다목적 교육관 등을 갖추며 올바른 자전거 문화확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스팀세척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차 없는 거리 행사’에서는 이색자전거 체험을 선보였으며, 가정 내 방치 자전거는 무료로 수거, 재생 자전거로 재탄생시키는 틈새 사업들도 꼼꼼히 벌여 왔다.
그리고 이제 구는 ‘자전거 친화도시’를 선포하며 ▲자전거 10분 도시 인프라 구축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 10% 상향 ▲환승역 거점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 건립을 비롯한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초 오 구청장이 독일과 네덜란드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친환경 건축, 교통, 에너지’를 탐구한 결과물이 최근 구에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국내외 정책 사례들과 만나 노원에서 더 심화된 결과물로 드러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승록 구청장은 “이미 현실이 된 기후재난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탄소중립’은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동시에 막연한 길이기도 하다”며 “우리 구민 모두 함께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나아간다면 더 쉽고 탄탄한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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