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맞는 尹]②SWOT 분석, 위협 요인 커졌다

추진력 강점 살리고, 소통으로 약점 보완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는 기회 요인
김건희 여사 문제 전향적 해결 나서야
한동훈 여당 대표와의 관계 재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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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개혁 '뚝심'…정책 추진력 '강점'(S)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점'으로는 강골 검사 출신 특유의 '뚝심'이 단연 우선순위로 꼽힌다. 방향에 확신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특수통 검사로서의 기질은 대통령이 돼 정책을 추진할 때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도 부족하다"며 의료개혁 일환으로 의대 증원 추진을 전격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과거 정부도 증원을 시도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저항에 번번이 부딪혀 30여년간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던 전례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9개월째 접어든 지금,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집단휴학 등 정부와 의료계 갈등 해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지만, 역설적으로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들이 표면에 노출되면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추석 응급의료대란 우려 등 중간중간 고비가 찾아왔지만, 윤 대통령의 강한 개혁 의지가 추진 동력이 됐다"며 "의료계 협조를 구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듭 완수 의지를 밝힌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은 하나 같이 쉽지 않은 과제다. 세대 간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연금개혁 역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정치적 손익 고려 시 최대한 피하고 싶은 주제다. 정부는 지난 9월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되, 나이 든 세대일수록 더 빨리 인상하는 내용의 정부 단일안을 제시했다. 디테일 측면에서 찬반양론이 분분하지만, 정부가 기준점을 제시, 지난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끝났다고 여긴 연금개혁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신이 들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불도저 스타일의 정책추진력도 강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사 위기를 맞았던 원전산업의 부활이 그 예다. '탈(脫)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윤 정부는 인공지능(AI) 활용, 첨단산업 육성에 맞물려 전력수요 증가를 전망하고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짧은 정치경력…회전문 인사 '약점'(W)

다만 윤 대통령의 강점인 타협 없는 추진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약점'이 되기도 한다. 전례 없는 대규모 의대증원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은 '타협 불가,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내보였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에서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카르텔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개혁에 나서는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며 사실상 의료계와 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초 의대증원을 응원했던 국민들도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개혁은 저항을 수반하지만, 지나친 갈등은 사회 분열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속도를 내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짧은 정치경력으로 인한 협치 부재도 개선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22년부터 8차례 영수 회담을 제안했으나 윤 대통령은 제안에 응하지 않다가 올해 4월 총선 참패 후에야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비슷한 무렵 참모들에게는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야당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피의자 대하듯 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협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좁은 인재풀 역시 쇄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상명하복 검찰조직에서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윤 대통령은 대표적인 '형님 리더십'을 구사한다. 의리를 중시하고, 한번 신뢰를 쌓았던 인물에 대한 신임도가 높다 보니 검찰 인사들이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처 등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도 한계로 지적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8월 안보라인 3명을 동시에 바꿨는데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안보실장이 외교안보특보로 연쇄 이동하면서 뒷말을 남겼다. 김대기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러난 지 10개월 만에 주중 대사로 낙점됐다. 강성으로 불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임명을 감행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번의 선거로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기존 정당에 몸담지 않아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부분은 강점일 수도 있다"며 "짧은 정치 경력을 보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소통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인재 풀도 좁을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정치 경험이 없다 보니 인재를 고루 발탁할 수 있는 여건도 되는 셈"이라며 "적재적소에 전문성 높은 인재를 등용해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게 남은 임기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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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관계 개선…외교 안보 성과(O)

집권 중반기를 맞은 윤 대통령이 마주한 대내외 환경은 험난하다. 특히 북한의 안보 위협 고조와 미국 대선 결과 등 대외환경의 위협요인이 클 경우 대통령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윤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밝힌 지지 이유를 보면 외교 부분이 크다"며 "긍적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나 한일 외교 등이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다만 외교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보수 정도인데 외교 성과만으로 지지율 회복에는 한계가 있고, 이 역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안보 위협과 이에 대한 강경 대응은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에 북한과의 대결 구도로 간다고 하면 중도층에서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경험이, 일종의 탄핵 등 최악의 위기 상황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측 인사들도 동참했지만, 이후 적폐청산 대상이 돼 박해받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경험 등이 윤 대통령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당시 경험 등으로 인해 보수 진영 자체가 분열을 자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윤 대통령에게는 국면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최 소장은 "오는 15일과 25일 재판 결과에 따라 여러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며 "이 대표에 좋지 않은 쪽으로 재판 결과가 나온다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이게 이 대표에게 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반대로 이 대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이게 윤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이 되지는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야당의 공세(T)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힌 것은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더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소통하며 국정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신 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해 파격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을 주장해야 한다"며 "상설특검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 필요성을 판단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고,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해야지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은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 정도는 수용해야 ‘아내 특검까지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정도의 대책은 나와야 타개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적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회 시정연설을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독하도록 한다거나 홍범도 장군 관련 논란이나 동해 가스전 대왕고래 시추 계획 등을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등 일련의 정국 대응이 정무적 실패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 나온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 등 당정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 덕분에 그나마 대오가 유지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대표와의 관계 설정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위협인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 최 소장은 "한 대표는 여권 내 야당 역할이라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압박하기도 하지만 대통령실발 위기에 대한 일종의 방화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공세도 큰 위협요인이다. 야당에서는 탄핵은 물론 윤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형식의 개헌을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다만 탄핵 등이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 소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낮아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실망이 크지 않다는 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보수의 붕괴 경험,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과에 대한 불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보수 성향 유권자가 갖는 불안감이 크다"며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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