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이슈]수능 앞두고 불안 심리 악용 'ADHD 치료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수험생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오남용되고 있다. 해당 약을 복용하면 학업 시 집중력이 높아진다면서 ADHD 증상이 없는데도 불법 처방받고 있다. 특히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이런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올해 일부 업체들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악용해 ADHD 치료제를 '집중력 향상 영양제' 등으로 부당 광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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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15일부터 25일까지 집중 점검한 결과, 식품 등 부당광고 게시물과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계열) 불법유통·판매 게시물이 대거 적발됐다. 특히, 메틸페니데이트 제품(향정신성의약품)과 암페타민 제품(국내 허가받은 제품 없음)을 일명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을 올려주는 약'으로 불법 판매·유통한 게시물은 711건에 달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들은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위조 의약품일 가능성이 크므로 절대로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메틸페니데이트를 ADHD 치료 목적 외 각성제로 복용하면 두통, 불안감, 환각, 망상, 자살 시도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약물은 ADHD 때문에 학습 장애를 겪는 어린이·청소년들이 복용할 때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기 복용 시 학업 성적을 향상한다는 연구 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해당 치료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나'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오남용 우려가 심하고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ADHD 치료제 처방은 3년 새 두 배 증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식약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환자 수는 2020년 14만 3000여명에서 2023년 28만1000여명으로 늘었다. 이 중 10대 이하 처방환자 수는 같은 기간 6만5000여 명에서 12만 50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는 10대는 전 연령대에서 연평균 45.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10대 ADHD 환자 수 증가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ADHD 발생 통계를 보면, ADHD로 치료받은 10~19세 아동·청소년의 증가는 강남 3구와 노원구, 양천구 등 학원 밀집가에서 두드러졌다. 강남구에서는 2018년 1438명에서 2022년 2509명으로 74% 늘었고, 송파구는 같은 기간 858명에서 2078명으로 142%, 서초구는 549명에서 1360명으로 147% 증가했다. 강남 3구 외에 10대 ADHD 환자가 1000명을 넘은 곳(2022년)은 중계·상계동을 중심으로 학원가가 밀집한 노원구다. 노원구는 2018년 980명에서 2022년 1220명으로 24% 증가했다. 이어 목동이 위치한 양천구도 2018년 672명에서 2022년 968명으로 44% 늘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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