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4건, 회수 2건, 펀드조성 1건‥조용히 실속 챙긴 한앤코

한앤코, 2년 넘게 끌어 온 남양유업 인수확정
SK그룹 사업구조조정 물량 받아내며 투자·회수기회
쌍용C&E 공개매수 진행 후 상장폐지, 매각 발판 조성
한국 투자 최고액 4.7조 4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 성공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올해 들어 투자와 회수 양쪽에서 소리 없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쌓았다. 행동주의펀드뿐 아니라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수익률 제고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속속 도입하는 가운데 조용히 실속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올해 4건의 투자와 2건의 회수를 진행했다. 투자기업 이사회 장악, 상장폐지 등 정지작업을 2건 진행했으며 5조원에 육박하는 4호 펀드 조성도 마무리했다.

올해 한앤코는 남양유업 인수를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한앤코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간의 법적 공방이 한앤코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는 남양유업 이사회 장악에 성공했다.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한앤코 측 인사 4명이 신규 이사진으로 선임됐고, 직전까지 사내이사였던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물러났다. 이로써 2년 넘게 벌어진 한앤코와 홍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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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코는 특히 SK그룹의 사업 구조조정 물량을 다수 받아냈다. 2월에는 SKC의 자회사인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했다. 3600억원에 인수한 이 사업부 명칭은 솔믹스로 변경됐다. 솔믹스는 반도체 표면을 화학제품으로 매끄럽게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인 실리콘, 쿼츠, 알루미나 등을 제조한다. 고순도의 무기 화합물을 통해 기존 세라믹 소재보다 전기적 특성과 내구성 등을 높인 소재를 공급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9월에는 SK㈜의 100% 자회사인 SK스페셜티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의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K마이크로웍스와 코오롱인더스트리 간 합작법인(JV) 설립도 진행했다. 합작법인의 지분 구조는 코오롱인더스트리 18%, SK마이크로웍스 82%다. SK마이크로웍스는 재작년 한앤코가 인수한 SKC의 모태사업으로 다양한 필름 소재를 개발, 사업화하는 회사다. JV설립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마이크로웍스가 산업용 필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진행됐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의 끈끈한 협업을 통해서 올해도 다양한 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SK그룹 물량 외에 피부재생 의료기기 브랜드 '피코슈어'로 알려진 미국 의료기기업체 사이노슈어도 인수했다. 지난해 인수한 루트로닉과 합병해 글로벌 종합 의료기기 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사이노슈어는 제모, 피부재생, 흉터감소, 부인과 치료 등을 위한 다양한 주요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기업이다. 한앤코는 사이노슈어의 인수 및 루트로닉과 합병을 통해 합병법인을 130개국 이상에 판매망을 갖춘 의료 미용 시스템 업체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한앤코는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엑시트(투자회수)도 진행했다. 지난 5월 한앤코는 SK이터닉스 지분 9%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약 690억원을 현금화했다. 한앤코의 지분은 31%에서 22%로 낮아졌다. SK이터닉스는 지난 3월 SK디앤디에서 신재생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분할 이후 SK이터닉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재무적투자자인 한앤코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이다. 11월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한온시스템을 매각했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약 23%를 인수했다. 구주 거래에 더해 한국타이어는 6000억원 규모의 한온시스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재 한온시스템 1대 주주인 한앤코는 2대 주주가 되고, 반대로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가 1대 주주가 된다. 한국타이어의 지분율은 54.77%로 높아진다.


한앤코는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인 펀드 조성도 지난 7월 완료했다. 한국 투자 전용 펀드로는 역대 최대인 34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다. 한앤코의 4호 블라인드 펀드는 당초 목표로 했던 32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출자자(LP) 구성은 아시아 35%, 북미 30%, 중동 20% 등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했다. 3호 펀드에 1억달러 이상 출자한 LP의 93%가 재출자에 나섰다. 한앤코가 2019년 결성한 3호 펀드는 30% 이상의 납입금 대비 분배율(DPI)과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한앤코는 투자회사인 쌍용C&E를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장폐지했다. 한앤코는 공개매수를 통해 쌍용C&E 지분율을 93%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주식 장내 매입과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거쳐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번에 상장폐지를 확정하면서 올해 안으로 매각 물밑 작업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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