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접전 구도인 가운데 후보들이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젊은 남성,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온건·무소속 여성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다. 투표 가능성이 낮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얼마나 나서는지에 따라 대선 결과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ABC·입소스가 10월29일~11월1일 전국 유권자 3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 조사(오차범위 ±2%포인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6%다. 남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50%로 해리스 부통령보다 5%포인트 높고, 여성은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53%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1%포인트 높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명 인사들을 대거 내세워 막판 표심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날 미셸 오바마 여사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유명 여성 인사들이 경합주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 행사를 개최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는 4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낙태권과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유를 앞세워 여성 유권자를 공략해왔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층에선 2016년 대선에서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판세를 바꿨듯 ‘샤이(shy·수줍은) 해리스’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통적 공화당 지지 성향인 백인 여성 유권자들이 낙태권으로 마음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는 "남편 모르게 해리스에게 투표하자"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에 불만을 가진 젊은 남성들의 표심을 공략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 최대 스니커즈 페스티벌 ‘스니커 콘’, UFC 경기장에서 유세를 펼쳤다.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유세에도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다나 화이트 이종격투기(UFC) 대표 등 남성에게 인기 높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헐크 호건이 셔츠를 찢는 등 연출에 보수층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남성적이어서 여성 지지자를 소외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WSJ는 최근 몇 달간 전국 청년들과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민주당 정책에서 소외된다 느끼고, 경제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불법 이민 정책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젊은 남성들의 투표율이 저조한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다.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18~24세 투표율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이 연령대에서 남성 투표율은 여성보다 더 낮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밀워키 교외의 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인 루크 메이핵(25)은 WSJ에 "비슷한 나이대 많은 남성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남자들은 트럼프를 더 좋아한다"며 "그러나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8~9명 중 2~3명은 (이번 대선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정치 연구소가 최근 18~29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등록 유권자만 놓고 보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3%로 트럼프 전 대통령(33%)을 크게 앞선다. 또 투표 의사가 확고한 18~29세 남성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5%로, 트럼프 전 대통령(38%)을 웃돈다. 그러나 투표할 확률이 낮은 남성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37%로 해리스 부통령(26%)보다 11%포인트 높다.
존 델라 볼페 하버드대 정치연구소 여론조사 책임자는 "전통적 유권자층을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젊은 남성 유권자에서 두 자릿수 차이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투표 의향이 낮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보다 젊은 남성 사이에서 5~7%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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