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개별 평균 이익이 40% 가까이 급감했으나 사회공헌 지출은 전년 대비 증가해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사회공헌 분야에서는 환경 관련 활동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47개사 응답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4 주요 기업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지난해 기업당 평균 사회공헌 지출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160억7000만원으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사회공헌 지출액은 3조5191억원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지만, 개별 기업 평균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특히 기업 1개사당 평균 영업이익이 2022년 7767억원에서 2023년 4847억원으로 37.6% 급감했는데도 사회공헌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분석기업의 9.1%(20개사)는 세전이익이 적자를 내고도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했다. 한경협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 지출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 ESG 경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환경 관련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환경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23.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아동·청소년(21.8%), 지역사회 발전(15.6%) 순이었다. 청년 대상 프로그램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기업들이 청년층을 위한 실무 멘토링, 창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경협은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 사회공헌 핵심 키워드로 '공존과 상생(CO-EXIST)'을 제시했다. 이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며 사회공헌과 ESG 경영을 강화하는 기업들의 노력을 의미한다.
지속가능경영에서 기업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환경(40.2%), 사회(36.0%), 거버넌스(23.8%) 순으로 나타났다. 각 분야 주요 이슈로는 환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관리('55.2%), 사회에서는 '안전·보건'(28.1%), 거버넌스에서는 '준법·윤리경영'(37.0%)이 꼽혔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236개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다. 간접 배출량까지 포함하는 스코프(Scope) 3 공시 기업도 ▲2021년 101개 ▲2022년 127개 ▲2023년 155개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업들의 환경 및 안전 분야 투자액은 총 34조22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기업들은 ESG 경영 추진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지속가능한 공시 및 규제 대응'(39.3%) '비용 부담'(17.2%) '조직 내 ESG 인식 부족'(15.6%) 등을 지적했다.
이상윤 한경협 지속가능성장본부장은 "기업들은 사회공헌 지출에 있어 단기 성과보다는 철학과 비전을 중시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들이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를 지지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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