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이스피싱을 당해보지 않았다면 자신이 속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직 그 차례가 오지 않은 것뿐입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속아 넘어가고 있습니다."
백의형 경찰청 피싱 범죄수사계장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사기의 경우 범죄가 성립하는지 등 법리 검토가 중요하지만 보이스피싱과 같은 조직적 사기 범죄는 현장에서 범인들을 추적하는 수사가 중요하다"며 "추적 수사에 특화된 형사들이 피싱 범죄 수사를 맡아 발 빠른 검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백 계장은 수사과 경력만 20년이 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전문가다. 그는 “지난 2월 경찰청은 형사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에 피싱범죄수사계를 신설했다”며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하면 개별 사건을 개별 수사관이 접수해 수사했다면 이제는 각 사건의 등록 데이터를 경찰청에서 수집해 동일 조직 사건을 분류하고 병합해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잘 짜인 시나리오와 최신 기술을 이용해 피해자의 모든 상황을 조종한다. 백 계장은 "금리 인하와 같은 국내외의 상황들을 반영해서 누구나 솔깃할 수밖에 없는 각본을 설계한다. 피해자를 포섭한 뒤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시켜 피해자와 사회를 단절시킨다”며 “이번 '티메프 사태' 때도 국가에서 손실을 보상해준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이를 이용해 티메프의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며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범죄 수법은 연령대와 개인별 상황을 고려한 ‘타깃 맞춤형’ 접근으로 진화했다. 백 계장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의 경우 기관 사칭형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는 50·60세대의 전업주부 여성 피해자의 비율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갈수록 전문화·분업화되면서 해외 공조는 필수가 됐다. 백 계장은 "국내에서 사건을 접수해서 좇다 보면 그 단서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아쉬움을 느낀다"며 "그래도 최근에는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올해에만 현지에서 200여명의 피의자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매년 보이스피싱 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있다. 백 계장은 "조직적 사기 범죄는 검거율이 떨어지는 추세이고 새로운 수법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다"며 "피싱범들이 사용하는 시나리오는 매번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그때그때 발 빠르게 홍보하고 국민들이 경각심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20대 대상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백 계장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홍보나 교육 등의 대책을 꾸준히 펼쳤을 때 피해 예방 효과가 있었던 만큼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하는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온라인 홍보에 힘쓰고 있다"며 "국방부와 협업해 군 장병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계장은 "만일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면 우선 무조건 끊고 가족이나 지인 등에 물어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며 "피싱범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주변에 말하지 말라는 건데, 누구 한 사람한테만 물어봐도 범행이 들통난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엔 경찰에 빠른 신고가 중요하다. 백 계장은 "지난해부터 통합신고 대응센터가 112로 일원화됐기 때문에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 별도로 전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경찰에만 신고해도 계좌 정지 등 모든 게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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