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 자리서 폭도 보내" 美의회폭동 현장 선 해리스의 '최후변론'(종합)

[美 선택 2024]

"바로 이 자리에서 트럼프가 의사당으로 무장한 폭도를 보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을 일주일 앞둔 29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1·6 의회 폭동 현장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쏟아냈다. 트럼프 2기에서는 더 많은 혼란, 더 많은 분열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미국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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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배경으로 '트럼프 대선 불복' 부각..."국민 뜻 뒤집은 사람, 복수 집착"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워싱턴D.C. 백악관 앞 엘립스 공원에서 ‘최후 변론’(closing argument)으로 명명된 연설을 통해 "오늘부터 일주일 후,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 가족의 삶,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5일 대선을 "모든 미국인을 위한 자유에 뿌리를 둔 국가를 가질 것인가" 아니면 "혼란과 분열에 지배받는 국가를 가질 것인가" 사이의 중대한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7만명 이상의 군중 앞에 선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누군지 안다"면서 "무장한 폭도를 의사당으로 보내 공정한 선거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뜻을 뒤집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연설 장소인 엘립스 공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복 선동 연설을 한 곳으로 2021년 1월6일 의사당 폭동을 촉발한 상징적 장소로 평가받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 공격(의회 폭동)으로 미국인들이 죽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죽이고 싶다’는 폭도들의 말을 듣고서도 "그래서 뭐?(So What)"라는 단 두 단어로 대응했다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안정하고, 복수에 집착하고 있고, 불만에 사로잡힌 채 제지당하지 않는 권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10년간 미국인들을 분열시키고 서로를 두려워하도록 힘썼다"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분열에 시달려왔다. (서로를 향한) 손가락을 멈추고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됐다"며 "미국에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선 일주일 전까지도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꺼려온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들로 해석된다. 국회의사당을 뒷배경으로 한 연설을 통해 4년 전, 과반의 미국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를 상기시키는 한편, 의회폭동과 같은 민주주의 위협이 재현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또한 자신을 ‘새로운 세대’라고 규정해 올해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나이 차(18살)를 부각시킴으로써 고령 리스크 프레임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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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이력 앞세워 트럼프와 대조..."나보다 국가 우선시할 것"

해리스 부통령은 "그(트럼프)는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과거 검사로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범죄를 막았던 자신의 행보와 대조했다. 캘리포니아주 검사 시절 국경지역에서 마약카르텔과 맞섰던 이력을 앞세워 취임 후에도 범죄자 추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도 확인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국경정책 실패, 불법 범죄자 수입 등의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있는데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이민자들의 국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민자 자녀인 그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주도로 초당적 국경 법안이 좌초됐다는 점을 짚으며 주요 정치인들이 이민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삼는 것을 중단하고 시스템 개혁 등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밖에 연방 차원의 낙태권 회복, 생애 첫 주택구매자를 위한 세액공제, 자녀세액공제 확대, 메디케어를 비롯한 정책 등 주요 공약들도 재차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트럼프 2기에서는 더 많은 혼란, 더 많은 분열, 부유층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을 해치는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아첨 등으로 조종하기 쉽다고 생각한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반면 자신은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그는 "우리의 친구들(동맹 및 우방국)과 함께 하겠다"며 동맹 중시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들의 이름이 적힌 목록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반면, 자신은 '할 일'이 적힌 목록을 들고 들어간다고도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反) 트럼프 세력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며 군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을 비꼰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들은 지지자들에게 약속하겠다며 "공통의 토대, 상식적 해결을 모색하겠다"며 "전문가, 내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싶어하지만 자신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리를 줄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 언제나 당과 나 자신보다 국가를 우선시할 것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2만~3만명 규모로 추산됐던 이날 연설에는 최소 7만5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연설 장소인 엘립스 공원을 넘어 워싱턴 기념탑 인근까지 지지자들이 넘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세 중간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기를 흔들며 반전 시위에 나서기도 했으나,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린 탓에 현장에서 크게 부각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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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국경 차르, 결격 사유" 이민 범죄 꺼내든 트럼프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이민 문제'를 두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경제, 인플레이션이 유권자들의 가장 큰 이슈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면서 "이민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민자들이 우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서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두고 '쓰레기 섬'이라고 비하한 것과 관련, "푸에르토리코에 나보다 더 잘한 대통령은 없다"고도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해리스가 혼란, 파괴의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며 비슷한 발언을 했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차르'라며 "미 국경에 대한 카멀라의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은 (대선 출마)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법 이민자에 의한 범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범죄 조직과 마약 카르텔의 자산을 합류해 피해자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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