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육아일상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동권리전문가들은 자녀의 사진이나 일상을 공개하는 셰어런팅은 아동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셰어런팅은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다. 자녀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다른 부모들과 소통하며 육아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녀의 사생활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온라인상에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엔 FT아일랜드 멤버 최민환 씨와 라붐 출신 김율희 씨의 자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이혼을 택했는데, 김씨가 전 남편 최씨의 유흥업소 출입 의혹을 폭로하면서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과거 두 사람이 KBS2 '살림하는 남자들'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녀와의 일상을 공개한 탓에, 여전히 유튜브·SNS 등에서 자녀의 얼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할 수 있어 이들의 과거 영상에까지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대부분 성매매 업소 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몹시 부적절했다고 최씨를 나무라는 내용이지만, 이미 얼굴이 알려진 아이들의 향후 학교생활 등을 우려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앞서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이혼 협의 과정에서 '이혼이 아이들에게 영향이 많이 갈 테니, 이혼 후에는 아이들을 방송에 노출하지 말자고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씨는 이혼 후에도 자녀들과 함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방송에 출연하다가 성매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방송에서 하차했다.
방송·SNS 등에 노출된 유명인의 어린 자녀가 힘든 시기를 겪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찬민 씨의 딸 아역배우 박민하 양은 과거 한 상담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릴 때부터 시달려온 악플과 소문 등에 대해 고백한 바 있다. 박양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SBS '붕어빵'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곤 했는데, 학교에 입학한 뒤 이상한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며 당시의 아픔을 털어놨다.
10년 전 인기를 끌었던 MBC 육아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출연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가수 윤민수 씨의 자녀 윤후 군은 프로그램 출연 당시 8살에 불과했지만 안티 카페가 생겨 악성댓글로 고통받았고, 배우 이종혁 씨의 아들 준수 군도 외모 비하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이를 우려해 자녀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힌 방송인들도 있다. 개그맨 정형돈은 방송을 통해 "나는 아이들을 노출하지 않는다. 그건 아이가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가족이 행복하다는 걸 아이를 이용해서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가수 백지영 역시 딸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내 딸이 어디를 갔을 때 '백지영 딸'이 아닌 본인으로 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아동 권리 전문가들은 셰어런팅이 아동의 자기 결정권과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아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힘든 아동을 부모의 결정만으로 SNS나 방송에 노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를 지키는 셰어런팅 가이드라인'을 통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고려하기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기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삭제하기 ▲아이의 개인정보 유출 주의하기 등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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