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선 승리에 베네수 떠나는 국민들…"9월에만 69%↑"

정권 탈환 실패 좌절감, 경제 붕괴 등 요인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지난 7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이후 선거 결과에 실망해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국민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베네수엘라를 떠나 북미행 육로 관문인 '다리엔 갭'을 횡단한 이주민은 약 1만9800명으로 전월 대비 69% 증가했다. 다리엔 갭은 남미 콜롬비아 북부와 중미 파나마 남부 지역 국경 지대에 있는 열대우림이다. 험난한 지형에도 미국·멕시코로 향하려는 불법 이민자들이 한 해에만 수십만명이 건너는 곳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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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떠났던 베네수엘라에 또다시 이주 물결이 일어난 배경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앞서 서방 언론은 마두로 정부 11년 동안 벌어진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 하이퍼 인플레이션, 외교 관계 악화로 인한 석유 산업 제재 등을 근거로 민주 야권의 정권 탈환을 예상했지만,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승자로 선언했다.


외신은 "베네수엘라에서 25년간 이어져 온 차베스-마두로 정권의 혁명적 사회주의를 이번에야말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희망이 산산이 조각났다"며 마두로 정권의 반체제 인사 단속과 미국 대선 이후 불법 이민 규제가 강화될 것을 예상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민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당국은 지난 1~8월 사이 불법 이민 시도로 구금한 베네수엘라인만 25만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이주민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이주할 의향이 있으며, 6%는 구체적인 이주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는 약 2800만명이며 지난 10년간 해외로 이주한 베네수엘라인은 약 770만명에 이른다. 올해 초 파나마 공공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리엔 갭을 건넌 이민자는 역대 최고인 52만여명으로 집계됐는데 그중 베네수엘라인(32만8667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라틴아메리카 워싱턴 사무소(WOLA)의 이민 전문가인 애덤 아이작슨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며 "이는 더 많은 사람이 계속 떠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 타도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현재까지 24명이 사망했으며 최소 2000명이 체포됐다. 베네수엘라 7·28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야당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는 현재 스페인으로 망명·피신한 상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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