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재 산업에서 ‘리퀴드 소비(Liquid Consumption)’ 트렌드가 확산하는 가운데, 소비 양상이 하향 소비와 상향 소비로 양극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퀴드 소비란 기존의 고정된 소비 유형이 사라지고, 소비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삼정KPMG는 28일 ‘소비 패러다임의 대전환기, 유통·소비재산업의 리퀴드 소비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고, 소비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7가지 키워드로 ▲가격 양극화 ▲경험 ▲시성비 ▲개성 ▲웰니스 ▲지속가능성 ▲디지털 기술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소비 양상이 하향 소비와 상향 소비로 양극화됐다. 다이소 및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 이용 등 극단적 합리주의 경향이 늘면서도, 본인이 가치를 두는 곳엔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를 진행했다. 식음료·외식 시장에서도 역설적 소비 행태가 두드러지며, 작은 사치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스몰럭셔리’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저가 추구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최근 소비자들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만족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젊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구독 서비스도 기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넘어 TV·노트북 등 가전제품 렌털, 맞춤형 건강식단, 영양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넘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중시했다. 청소·세탁 서비스 대행업체, 폐기물 수거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주목받는다. 육아 분야에선 베이비시터 및 방문 교육 선생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인기다.
대중적 제품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나 틈새시장이 주목받고, 제품의 생산·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로 거듭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건강 관리에 집중하는 ‘헬스디깅(Health Digging)’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식음료 기업은 칼로리와 당류가 없는 제로(Zero) 식품, 기능성 성분이 첨가된 식품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제품과 서비스도 나왔다. 패션업계에선 업사이클링과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 확대되고 있으며, 식음료업계에서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대체식품이 주목받는다. 화장품 업계는 원료부터 포장까지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적 가치를 실현하며 지속 가능한 뷰티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신기진 삼정KPMG 전략컨설팅본부 파트너는 “과거엔 ‘가격’에 치우쳐진 소비가 이뤄졌다면, 리퀴드 소비 환경에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경험적, 기술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양상이 관찰된다”며 “리퀴드 소비 트렌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며, 틈새시장 발굴에 집중하고 팝업스토어와 맞춤형 구독 서비스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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