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자민당 참패…이시바 '책임론' 불거지나

15년만 연립여당 과반 확보 실패…1여당 약진
비자금 스캔들·물가에 민심 잃어
반대파서 '이시바 끌어내리기' 가능성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결과 자민당이 참패했다. 자민당 단독 과반 의석(233석 이상)은커녕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도 과반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15년 만에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차지했다.

지난 15일 총선 유세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5일 총선 유세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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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215석으로, 중의원 465석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한다. 선거 전과 비교해도 의석을 크게 잃었다. 당초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수는 각각 247석, 32석으로 총 279석이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 차지에 실패한 것은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12년 만이다.

지난해 연말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터진 데 더해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4시께 NHK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 등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중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자(낙선 확실 포함)에 분류됐다. 전체 자민당 입후보자(342명)의 62%가 당선됐지만,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의 당선 비율은 39%에 불과하다.


지난해 자민당 주요 파벌이 정치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며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비자금 스캔들' 의혹이 불거졌다.


반면 '정치 개혁'을 외치며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을 집중 공격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98석에서 148석으로 약진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제1야당이 전체 의석수의 30%(140석) 이상을 차지한 것은 2003년 민주당이 177석을 얻은 이후 21년 만에 최초다.

우익 성향 야당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줄었고, 국민민주당은 7석에서 28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늘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이 일단 제1당 지위를 유지한 만큼 무소속 의원 영입, 일부 야당과 연계를 통해 연립 정부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은 앞서 연정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연립정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15년 만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이시바 총리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에서 반대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나설 수도 있다.


일본은 조기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 이후 1개월 이내에 특별국회를 소집해야 한다. 현재 이시바 내각은 총 사직하고 새로 당선된 의원들이 특별국회에서 차기 총리를 지명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당이 과반수를 크게 밑돌며 이시바 총리 재임을 전망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가 재임되면 2차 내각이 발족하지만,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역대 최단 수명 총리가 된다.


야당은 산술적으로는 결집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으나 앞서 여러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에도 실패한 만큼 단일 총리 후보 추대는 어렵다. 입헌민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다른 정당과 연대하며 정권을 탈환할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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