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군사지원' 북러조약 만장일치 비준…파병 논란 의식했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지난 6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고 타스통신 등 주요 외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불거지자 러시아가 북러 조약 비준을 서두르며 북한과의 본격적인 군사협력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이날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북러 조약 비준안을 심의,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날 출석한 하원 의원 397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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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조약은 지난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체결한 군사협정이다.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해당 북러 조약의 비준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은 전날 "이 조약은 현 지정학적 상황을 완벽히 고려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러 조약 비준의 러시아 정부 측 대표인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도 이날 하원에 비준을 요청하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안정을 위한 조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조약이) 안보 불가분 원칙에 기반해 지역 내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한반도의 새로운 전쟁 위험을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조약은 커지는 서방의 위협에 대항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군사적, 정치적으로 위태로워지는 국제 정세 흐름에 발맞춰 안보 보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위해 이번 조약이 체결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의 조약은 명백히 방어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비준된 조약은 군사 분야 외에도 우주,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무역, 경제, 투자, 과학, 기술 등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23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루덴코 차관은 이 조약에 '비밀 조항'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AFP 통신은 이번에 비준된 조약에 러시아가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원 및 상원의 비준을 거친 조약은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절차가 완료된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의 비준서를 교환하면 조약은 무기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이번 북러 조약 비준은 당초 예상보다 처리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앞서 러시아 하원이 다음 달 중순 안에 비준안을 처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러시아가 비준을 서두른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북한군 파병 문제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이탈리아 로마 방문 중 기자들에게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히며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처음 제기됐던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을 공식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 약 두시간 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파병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맞파병은 물론 한반도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러시아로선 북한과 군사적 밀착을 보증하는 북러 조약을 신속히 확정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러시아는 외무부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 파병 보도는 허위이자 과장 정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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