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과기공 출자 탈락…PEF 업계 고려아연 ‘후폭풍’ 시작됐나

승승장구 MBK, 고려아연 사태 이후 '탈락' 쓴잔
적대적 M&A에 부정적인 국내 LP의 기류 감지돼
"전략 중 하나일 뿐인데 매도해선 안돼" 목소리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한 고려아연 사태의 후폭풍이 사모펀드(PEF) 업계에 번지고 있다. 사태 발생 이후 첫 기관투자가(LP) 출자사업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적대적 M&A를 주도한 MBK파트너스가 탈락한 것이다. "경영권 탈취를 노리는 PEF 운용사는 앞으로 국내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는 PE 대형 부문 위탁운용사에 프랙시스캐피탈·프리미어파트너스를, 중형 부문에 큐리어스파트너스·LB 프라이빗에쿼티(PE)를 각각 선정했다. 출자 규모는 총 2650억원이다. 그러나 대형 부문 쇼트리스트(적격 후보)에 오르며 최종까지 각축을 벌였던 MBK파트너스는 탈락했다.

"적대적 M&A 금지 확약서 요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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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국내 LP 출자 사업에 지원했다. 해외 자본에만 기댔던 과거와 달리 외국의 펀드 레이징 환경이 어려워지자 기조를 바꾼 것이다. 동북아 최대 규모 PEF 운용사라는 상징성과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20조원(원금 및 투자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트랙 레코드(투자 실적)에 힘입어 들어가는 곳마다 백전백승이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등 주요 LP 출자사업을 줄줄이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고려아연 사태 이후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PEF 업계에서는 "적대적 M&A를 하는 PEF에는 돈을 주지 않겠다는 국내 LP의 보수적인 기조가 확인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A 운용사 대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이후 MBK도 어느 정도 각오는 했을 것"이라며 "국내 LP는 거의 공공기관인데 사회적인 논란에 엮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적대적 M&A에 관련된 질문을 하거나 금지 확약서를 받는 LP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 당시 "국민연금 자금이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악마화' 경계해야"

적대적 M&A 전략을 추구하는 PEF 운용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운용사의 파트너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침탈과 막대한 국부 유출을 계기로 국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토종 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가 PEF"라며 "20년간 자본시장의 동반자로 활약해온 점은 도외시한 채 '멀쩡한 기업을 뺏어서 해외에 팔아넘기려고 한다'는 식의 근거도 없는 논란과 프레임에 갇혀 업계 전체를 '악마화'하는 분위기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저평가) 등 적대적 M&A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들여다보지 않고 그런 전략을 추구하는 운용사를 '패싱'한다면 LP의 최우선 목표인 수익률 제고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LP 출자 사업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직 위탁운용사를 선정하지 않은 곳은 노란우산·군인공제회 정도만 남았다. 올해 출자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운용사는 프랙시스캐피탈과 프리미어파트너스다. 두 곳은 산업은행·국민연금·공무원연금·과학기술인공제회의 위탁운용사로 나란히 선정됐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 출자 사업까지 따내며 펀드레이징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루키리그'에 자금을 배정하는 기관은 극도로 줄어들면서 신생 PEF 운용사는 펀드레이징의 난이도가 크게 올랐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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