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교문에 깔려 숨진 70대 경비원…학교 "주민이 흔들어"

학교 "교문, 주민이 흔들어 파손"
경찰 "주민에게 책임 묻기 어려워"
충북교육청, 뒤늦게 안전점검 지시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문에 깔려 사망했다. [출처=MBC 보도자료]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문에 깔려 사망했다. [출처=MBC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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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70대 경비원이 철제 교문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오전 6시경 청주 소재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쓰러진 교문에 깔려 사망했다. 그는 '매일 오전 주민들을 위해 운동장을 개방하라'는 학교 지시에 따라 정문을 열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충북경찰청은 지난 21일 해당 고등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난안전법에 따른 학교시설 안전 점검 규정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고교는 1999년 개교 이후 교문을 한 번도 보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측은 "주민이 교문을 흔들어 부서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교장 A씨는 지난 22일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흔들지 않았다면 교문이 파손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분들이 물리적인 외부 압력, 힘을 줬기 때문에 부서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MBC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 15분 전 한 주민이 철문을 거칠게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철문이 살짝 내려앉는 듯했고, 경비원이 나타나 문을 개방하려 했으나 접히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문을 밀어보려는 순간, 160㎏에 달하는 철문이 쓰러지며 경비원을 덮쳤다. 경찰은 "주민들에게는 주의 의무나 사고 예측 가능성이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사고 발생 이후 뒤늦게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철제 교문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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