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1호 명예박사’가 된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생존을 위해 초일류를 지향해 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학교와 경영일선에 있는 후배들에게 "혁신을 추구하는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 전 부회장은 22일 DGIST에서 열린 명예박사 수락 연설을 통해 후학들과 삼성전자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쏟아냈다. 윤 부회장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강조했다. 격물치지란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 지식을 완전하게 한다는 의미다. 윤 전 부회장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통찰력과 공감하는 리더십을 가진 인재가 돼야 한다"며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과학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의 변화를 읽고 그 변화와 개혁을 선동할 수 있는 통찰력과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격물치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부회장의 언급은 현재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친정’ 삼성전자의 상황과도 맞물려 해석될 수 있다. 변화를 인식하고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윤 전 부회장은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을 향한 꿈과 열정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학문적 시야와 관심을 넓히고 혁신을 추구하는 꿈과 열정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을 돌아보고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윤 전 부회장은 "1966년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해 55년간 한평생 삼성맨으로 일해 왔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연구개발 및 생산 현장에서 불철주야로 일했다"면서 "‘초일류가 아니면 세계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초일류로 갈 수 있는 길을 항상 생각했다. (삼성전자가) 처음에는 투자할 돈도, 인재도 별로 없는 작은 회사로 시작했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 구성원들의 열정이 더해지면 DGIST도 머지않아 세계 일류 대학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DGIST가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개교한 이래로 윤 전 부회장이 처음이다. 그는 "초대 이사장으로서 각별하게 생각해 온 DGIST에서 첫 명예박사 학위를 받게 돼 큰 영광"이라며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믿음 아래 DGIST의 초대 이사장직을 수락했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마지막 소명인 만큼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는 DGIST의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삼성 재직 시절 특유의 리더십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삼성전자 전자부문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및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분야에서 핵심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주도해 한국을 세계 1위의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2017년에는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됐고 2022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초대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을 역임하며 국내 특허재산 분야의 기반을 닦는 데 큰 역할을 한 공도 인정받아 KAIST 지식재산 대상을 받았다.
다음은 윤 전 부회장 명예박사 학위 수락 연설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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