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가 예상됐던 것과 다르게 달러 가치가 지난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큰손들은 미국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달러 매도 비중을 줄이고 있다.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1일(현지시간) 103.97을 기록하며 지난 8월1일(104.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10분 전날 종가보다 6.9원 상승한 1382.1원에 거래됐다. 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1380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 7월31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17일 약 2개월 반 만에 150엔을 돌파한 달러당 엔화값 역시 같은 시각 150.70엔 선에서 거래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헤지펀드 및 자산운용사의 달러 공매도 비중은 전주 대비 약 80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순포지션 변동은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며 “트레이더들이 미국 선거를 앞두고 약달러 베팅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점진적이고 느리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앞서 Fed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선 이후 노동 및 소비 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경제지표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위스콘신에서 열린 행사에서 “앞으로 몇 개 분기 동안 중립 (금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보다 완만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더 작은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Fed가 신중한 속도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전날보다 1.3%포인트 오른 10.9%를 기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도 강달러의 배경이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선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선된다면 관세 인상 정책이 강달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외환 및 신흥국 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시장은 미국 선거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 당분간 미국 달러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상승한 4.19%를 기록했다. 이는 7월2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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