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보다 ‘혁신’…12월 대대적 인사 예고하는 재계

수장 바꾼 삼성전자 DS 부문 교체 폭 주목
확산하는 ‘혁신·쇄신’ 바람…10월 인사도
일각선 "사업 연속성 우려" 목소리도

국내 기업들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예년보다 정기 임원인사를 앞당기는 한편,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과 쇄신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추세다. 다만 일각에선 대대적인 인사 조치가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저해하고 내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기 인사를 11월 중순쯤으로 당겨 ‘위기론’에 일찍이 대응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에 이어 조직개편을 해왔으나 지난해에도 예년보다 이른 11월 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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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바꾼 삼성전자 DS 부문 교체 폭 주목

올해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반도체(DS) 부문이다. 앞서 정기 인사철이 아닌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사업부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바 있으나 여전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파운드리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시스템LSI 역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전 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은 반성문에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 있다"고 언급하며 3개 사업부장을 비롯한 경영진 대거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안팎에선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이 인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임원을 대폭 감축해 조직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은 지난 2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438명으로 전체 임원(1164명)의 38% 수준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199명의 임원이 근무 중이다. 최근 DS 부문 피플팀(인사팀)은 DS 부문 소속 CL4(부장급) 대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도 알려져 관련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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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확산하는 ‘혁신·쇄신’ 바람

LG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사업 보고회를 열고 있다. 보고회는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열리는 ‘전초전’ 성격을 띤다. 그 결과를 토대로 LG는 다음 달 말~12월 초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연말 인사 기조도 ‘안정’보다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거론되며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달 중순 SK에코플랜트의 임원 20% 감축을 시작으로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다. 안팎에서 조기 인사설이 돌았지만 오는 12월 초 단행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통상 임원 인사는 10월 계획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행사 이후 의제와 내년 계획을 구상해 결정되는데, 이번 세미나가 예년보다 10일 넘게 늦게 개최(10월31일~11월2일)돼 인사 검토하고 확정 지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27일 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를 통상적인 시기 대비 한 달가량 앞당겨 실시했다. 실제 이동 및 승진은 내년도 사업 계획을 꾸리는 4분기 첫 영업일(10월1일자)에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에선 정기 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등 변화 신호는 아직 없다. 그룹 임원인사는 일반적으로 매년 12월 하순께 진행하며 그에 앞서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나 CEO급 인사를 단행해왔다. 올해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갈지다. 완성차 계열사(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냈던 지난해에도 적잖은 임원을 교체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안팎에선 "특정 인사나 조직의 역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여건이 우호적이어서 성과를 잘 냈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식의 얘기가 돌았다.


지난해 현대차 인력관리(HR)본부장으로 영입한 김혜인 부사장이 어떤 식의 인사시스템을 짜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외국계 회사 인사책임자로 있던 김 부사장은 지난해 현대차에 합류한 인물로 부사장급 이상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HR 조직을 본부로 격상한 후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를 앉힌 터라 인적쇄신을 위한 영입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회사 성과와 별개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이동수단 사업 전반에 걸쳐 국내외 변화가 발빠르게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변화나 인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4년을 넘기면서 주요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그룹 수뇌부 교체가 대부분 이뤄진 만큼 과거에 비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초 임기를 마치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는 송호성 기아 사장,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 정도가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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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화’ 앞세워 구조조정·희망퇴직도 속도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변화에 맞닥뜨린 이동통신 업계는 인력 감축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정년을 앞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를 개편, 격려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렸다. 2019년 마련된 넥스트 커리어는 퇴직 이후의 삶 준비에 도움을 주는 복지 프로그램이지만, 사내에서는 그룹 차원의 비상 경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 역시 자회사를 설립하고 통신 네트워크 운영·관리 인력의 재배치를 결정했다. 이동을 원치 않을 경우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다. 전출 규모는 3700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기존 기본급의 50~70%만 지급받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인사를 앞당기는 등 업계가 변화를 서두르면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원 인사를 미리 하면 새해 새로운 출발을 좀 더 준비된 상태에서 할 수 있겠지만, 기존 사업과의 연속성이나 내부 사기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사를 서두른다고 해서 위기를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신규 사업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반기 사업 진행 상황, 효율성 등을 고려해 각 업계와 개별 업체에 가장 적절할 인사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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