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포탄? 우크라이나 지원 놓고 고민 깊어진 정부[양낙규의 Defence Club]

러시아 첨단 군사기술 지원 땐 안보 위협
우크라이나 부족탄 지원 땐 생산량 등 고민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포탄 등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와 관계가 파탄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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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결정과 관련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지만 구체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대내외적인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방독면과 의약품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인공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면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살상 무기 지원을 고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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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155㎜ 포탄이 지원 1순위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155㎜ 포탄을 연간 100만발 이상 소요하면서 재고가 크게 부족하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 155㎜ 포탄 우회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 군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1555㎜ 포탄 55만발 등을 포함한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를 미국에 제공했다. WRSA-K는 미국이 1974년부터 5년 동안 한반도 전시상황에 대비해 한국에 가져온 탄약을 말한다.


포탄을 우회 지원해도 문제는 있다. 당장 우리 군의 비축탄도 부족하다. 군사전략 목표기획서(JSOP)에 따르면 1555㎜ 항력감소고폭탄(BB)은 30일간의 전쟁에 필요한 포탄 중 63%만 확보하고 있다. 45일간 전쟁이 이어질 경우 절반 수준인 54% 분량인 것으로 계산됐다. 해병대가 보유한 1555㎜ 고폭탄의 경우 전시 상황 30일간 쓸 수 있는 포탄은 필요 포탄 중 21.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생산량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다. 국내 방위산업 기업들의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55㎜ 포탄을 생산하는 방산 기업은 풍산이 유일하다. 연간 생산량을 7만6000발에서 10만발로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155㎜ 포탄과 함께 2395㎜ 분산 유도탄을 추가 지원하려 해도 이를 생산하는 한국디펜스인더스트리(KDI)가 2년간 120발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고민이다. 그래서 당장 살상 무기 지원을 결정하기보다는 미국, 일본 등과 연계해 북한의 파병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독자 및 공동 제재 카드를 검토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차원보다는 유사 입장국끼리 성명을 내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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